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밤 北원산 350km 앞 동해에 뜬 B-1B

입력 | 2017-09-25 03:00:00

‘죽음의 백조’ 등 10여대, NLL 넘어 공해서 2시간 무력시위
한국군 참여 없이 미군만 작전… “독자 군사행동 불사 의지”




“21세기 들어 최북단 비행”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가 23일 괌 앤더슨 기지에서 북한 동해상으로 출격하기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지 나흘 만인 23일 한밤중에 미군 전략폭격기 B-1B(일명 ‘죽음의 백조’) 편대가 공개 작전 사상 최초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공해상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펼쳤다. 최근 한반도에 전개된 미군 전략폭격기 및 전투기 중 가장 최북단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어느 때보다 강경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응징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밤 괌 앤더슨 기지를 출발한 B-1B가 동해로 향하던 중 태평양 상공에서 KC-135로부터 공중급유를 받는 모습.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작전 직후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 공군 소속 B-1B가 F-15C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상의 국제 공역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을 비행한 미국 전투기나 폭격기 중 비무장지대(DMZ) 가장 북쪽으로 들어간 것”이라면서 “이번 임무는 북한의 무분별한(reckless)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어떤 위협도 저지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괌 앤더슨기지에서 발진한 B-1B 2대는 주일미군 기지에서 합류한 F-15C 전투기 등과 함께 23일 오후 11시 반경부터 2시간가량 북한 동해 공해상을 오가며 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B-1B 편대는 북한 원산에서 동쪽으로 350여 km 공해까지 북상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의 북방한계선 인근까지 작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B-1B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기 1시간 반 전인 24일 오전 1시 반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력시위는 한국군이 참여하지 않고 미군 독자 작전으로 수행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B-1B 편대는 한국 공군의 F-15K 등의 호위를 받으며 한미 연합 작전 형태로 한반도에 전개되어 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유사시 독자 군사행동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무력시위에는 조기경보기 헬기 수송기까지 B-1B 편대의 한반도 전개 사상 가장 많은 미군 항공기 10여 대가 대거 투입됐다.

B-1B 편대의 독자 작전에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이번 무력시위 역시)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진행된 것”이라고 했지만 언제 어떻게 작전 협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일방 통보’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예정에 없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바탕으로 확고한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