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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서 말폭탄 쏟아낸 리용호… 뒤에선 “인도적 지원 해달라”

입력 | 2017-09-25 03:00:00

[긴장의 한반도]北외무상, 트럼프에 막말-조롱 연설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미국인들에게마저 고통만을 불러오는 최고통사령관(Commander in Grief), 거짓말의 왕초(Lying King), 악(惡)통령(President Evil)….”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현지 시간) 총 21분 44초의 유엔 총회 연설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저격하는 데만 3분 23초를 썼다. 한국말로 또박또박 연설을 시작한 리 외무상은 인사말을 마친 후 작심한 듯 언성을 높이면서 “바로 이 연탁에서 같은 말투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답하겠다”며 손가락으로 내리찍어 연단을 가리켰다.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김정은에 대해 “로켓맨이 자신과 국가의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어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늙어온 투전꾼이 미국 핵 단추를 쥐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실이 국제평화에 최대 위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았다.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 라이언 킹(Lion King),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에 빗대 조롱한 것이다.

리 외무상이 김정은에 대한 참수작전까지 언급하며 대미 선제공격을 위협한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방어를 위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그는 이어 자신들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면서 “세계 최대 핵보유국 최고당국자가 우리에게 ‘화염과 분노’를 들씌우겠다, ‘완전 파괴시키겠다’고 폭언하는 것보다 더 큰 핵 위협이 또 어디에 있겠느냐. 공화국이 핵 억제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철리(哲理)에 따라 최후의 선택으로 취한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말했다.

또 유엔이 북한에 대해서만 핵실험을 금지하고 있다며 제재 결의안을 거부한다면서 “공화국에 가해진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제재로 인해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서 입은 피해를 계산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피해조사위원회를 통해 피해액을 추산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유럽과 제3국에는 “미국의 반공화국 군사 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을 마친 직후 리 외무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30여 분간 면담을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하면서 리 외무상에게 정치적 해법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핵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화 중재에 나서겠다”는 기본 입장도 전달했다. 리 외무상의 답변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외무상의 연설 직후 트위터에 “그가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같이 못 갈 것”이라고 썼다. 전날 밤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지 연설에서도 “미치광이가 사방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걸 가만둘 수는 없다”며 “누구도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다. 리틀 로켓맨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리 외무상은 ‘구걸외교’를 펼쳤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와 다름없이 올해도 리 외무상이 비공개로 유엔개발계획(UNDP) 등 유엔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기구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지원을 호소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리 외무상이 대북지원을 호소한 기구 중에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대북지원 창구로 결정한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UNICEF)도 포함돼 있다.

북한은 연일 반미 집회를 열고 있다. 김정은의 성명이 발표된 22일에는 노동당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위원회 본부집회가 열렸다. 23일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만 ‘반미대결전 총궐기 군중집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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