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이 만든 문재인 정부” 추도식도, 정부 행사도 촛불에서 찾는 존재의 이유 박근혜 파시즘은 노조 탄압… 노조 어용화도 파시즘이다 노무현 포퓰리즘 능가하는 문재인 파시즘 될까 두렵다
김순덕 논설주간
촛불혁명을 들이대며 영수증을 요구하는 모습들은 불편하다.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문에서 밝혔듯이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회복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이 집단지성으로 이어진 역사’였다. 촛불시위에 나섰던 대다수 시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탄핵돼 단죄받는 것으로, 더러는 문 대통령이 탄생한 것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믿고 있다. 여기서 지분을 요구하는 순간, 그가 바로 적폐가 돼버린다.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라는 대통령의 말도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헌법절차에 따라 청와대를 떠난 것이지 촛불시위대에 끌려 내려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이후 민주적 선거에 따라 당당하게 대통령에 선출됐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됐다고 자꾸 언급을 하니까 “문재인은 우유부단한 비서실장 이미지와 실패한 권력집단으로 간주된 ‘친노(친노무현)’의 정치적 한계 때문에 2012년 대선에서는 승리하지 못했으나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촛불항쟁 덕분에 이번 대선에서는 약점을 극복하며 쉬 승리할 수 있었다”는 평가(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가 나오는 거다.
국가의 지배집단이 조직노동을 배제하거나 장악해 어용화(御用化)하고, 사회영역·시민사회를 탄압해 배제하거나 장악해 각종 끄나풀로 만드는 총동원 운영방식이 파시즘이라고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는 ‘박근혜 스타일’ 논문에서 지적했다. ‘국민 이데올로기’로 사회를 철저히 통제하며 노조를 배제하고 시민사회를 탄압한 박근혜는 사회적 파시즘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혁명 정신을 받들어 노조를 배제 아닌 어용화하고 시민사회는 탄압 아닌 끄나풀로, 아예 지배집단으로 들어앉힌 문재인 정부도 파시즘과 무관치 않다고 봐야 한다.
어린 시절 무솔리니의 파시즘 아래 살았던 움베르토 에코는 ‘원형 파시즘(Ur fascism)’을 식별하는 방법 14가지를 꼽으며 이 중 한 가지만 보여도 파시즘으로 굳어진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국민은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탈원전 공론화위원회니 해가며 대의(代議)민주주의를 비켜간다는 점이다.
특히 ‘어용 진보지식인’을 자임한 유시민 작가를 본받았는지 ‘어용 시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여권이든 야권이든 ‘우리 이니’를 비판하기만 하면 문자폭탄 같은 ‘행동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한 파시즘이다. 폭력까지 휘두르며 ‘차이의 공포’를 조성해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전체주의로 굳어질까 두렵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지못미’ 죄책감 때문이라지만 열정으로만 보기 힘든 반(反)지성주의다.
좌절한 중간계층에 ‘금수저’와 엘리트 지식인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고, 적폐청산 같은 과거에 집착하며, 개인과 자유를 중시하는 근대성을 거부하고 국가가 책임져 준다고 강조하는 국가주의도 파시즘에 속한다. 이 밖에 에코는 남성주의와 전쟁 불사를 파시즘 요소로 꼽았다. 핵·미사일을 거의 완성한 김정은 앞에서 탁현민 청와대행정관 빼곤 남성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문재인 정부가 평화를 외치는 현실을 감사해야 할 것인가.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