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책은 ‘음식디미방’(1670년경)이다. 경북 영양의 재령 이씨 석계 가문의 며느리 장계향(1598∼1680)이 한글로 썼다. 146가지 조리법이 나오는데 국만 하더라도 족탕, 말린 고기탕, 쑥탕, 천어순어탕, 붕어순갱, 와각탕, 전복탕, 자라갱 등 다양하다. 장계향이 후기에서 당부했다. “눈이 매우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그 뜻을 잘 알아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자 베껴 가되 이 책 가져갈 생각은 하지 말고 며느리가 부디 잘 간수하라.”
오래되기로는 15세기 중반 전순의(全循義)가 쓴 농서이자 요리책 ‘산가요록(山家要錄)’이 있다. 밥 죽 떡 탕 국수 만두 두부 과자 등 구체적인 요리법과 술 빚기, 장 담그기, 식재료 저장법 등을 두루 설명한다. 김치만 해도 배추김치, 송이김치, 생강김치, 토란김치, 나박김치 등 38가지다. 16세기 중반 김유(金綏)가 편찬한 ‘수운잡방(需雲雜方)’도 귀중한 요리책이다. 쇠고기로 만드는 국수, 꿩고기 물김치, 솔잎으로 빚는 술, 우유와 쌀을 끓여 만드는 타락죽 등 200여 가지 요리법이 나온다.
그 한 세기 동안 음식에 관한 책은 요리책뿐만 아니라 음식 인문학·사회과학이나 과학, 음식 산업, 음식 여행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하지만 ‘먹방’이니 ‘쿡방’이니 하는 먹는 방송, 요리하는 방송에 밀린다. 조금만 찾아봐도 큰 책꽂이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음식에 관한 좋은 책, 맛있는 책이 많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