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반대자’를 두는 것은 동양에도 오랜 역사가 있다. 조선 세종은 국가대사를 결정할 때면 허조(許稠)와 ‘끝장 토론’을 벌였다. 매양 “아니 되옵니다”를 외치는 그를 고집불통이라 불편해하면서도 지적을 참고해 정책을 보완했다. 중국 최고 통치자로 꼽히는 당 태종의 옆에는 쓴소리쟁이 위징(魏徵)이 있었다. “녹대의 화려한 옷을 불사르라” “아방궁을 버리라” 등 거침없는 간언에 태종은 때론 위징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야단을 맞을까 봐” 여러 계획을 포기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0번째 남자’ 제도를 두고 있다.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을 예측하지 못했던 국방부는 10명 중 9명이 동의해도 1명은 반드시 반대해야 하는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경험이 많으면서도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들 중 선발한다. 이스라엘의 교훈은 비즈니스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들만의 세계에 매몰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라는 점이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