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아궁 화산
사진=https://magma.vsi.esdm.go.id/
“11월 신혼여행 발리로 가는데 난리다. 지금 취소하면 비행기 위약금도 있고 당장 다른 나라 알아보기도 벅찬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wld*****)
“발리 가려고 햇는데 화산폭팔 조짐 있다고 해서 후다닥 표 취소했는데 취소 수수료가 16만 원이다.”(z*****)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아궁 화산이 분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혼부부 등 발리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 여행객들이 불안감을 쏟아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앞서 22일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으로 높이고 분화구 반경 6.0∼7.5㎞였던 대피구역을 반경 9.0∼12.0㎞로 확대했다. 분화 우려가 고조되면서 아궁 화산 주변에서는 피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전해지면서 ‘발리 화산’ ‘발리 아궁 화산’ 등의 키워드가 연일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발리 여행을 앞둔 여행객들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발리가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만큼 예비 신혼부부들의 우려가 컸다.
이들은 “나 약 20일 후에 발리랑 롬복 가야 하는데. 화산도 화산이지만 지진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데. 비행기랑 숙소 다 예약해놨는데 우울하네. #신혼여행 #신행”(jis*****), “어쩜 이 시점에 딱 맞춰서 화산 분화 조짐을 보이는 거니. 나 신혼여행 가라는 거니 말라는 거니. 불안해서 가겠니 #신혼여행 제주도로 가야 하니 #가고싶다 발리 #멘붕의연속”(suji*****), “결혼식보다 더 기대되던 신혼여행이였는데 화산으로 아주 핫하시당 #발리 #취소해야하나 #말아야하나”(g0*****)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추석 황금연휴 등을 앞두고 발리 여행을 준비했다는 누리꾼들도 “아궁산이랑 20km 떨어져 있다던데 그래도 가면 안되겠지? 화산폭발은 그렇다 쳐도 화산재 때문에 비행기 못 뜰까봐 걱정 ㅠㅠ 위약금 물고 추석 연휴 방콕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ella_yon*****), “왜 50년 만에. 하필 지금이냐 ㅠ 진짜 속상해 죽겠네. 주말 내내 발리 관련 글만 검색하다 취소 중인데 날린 돈은 둘째고 ㅠ 열심히 플랜 짰는데 너무 속상하다”(limri*****)라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발리에서 여행 중이거나 거주 중이라는 누리꾼들의 글들이 올라와 눈길을 모았다. 대부분 아궁 화산과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어 화산 폭발 조짐에 대한 불안감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jinasi*****’는 “발리는 여전히 평화롭고 조용한데 뉴스에서는 난리가 났네요. 지인들도 무사하냐는 카톡이 오고 있고요. 다행히 제가 있는 지역은 화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아직까지 별 문제없이 똑같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긴장은 해야겠죠. 화산 지역에 계신분들도 모두 안전하시길 기도할게요”라고 적었다.
또 “여기는 평화롭기 그지 없는데 발리화산이 네이버 실검이라니. 내가 있는 데는 발리화산이랑 멀어서 먼 세상 얘기. 마치 한국인에게 발리 상황은 외국인들에게 북핵 상황이랄까. 그래도 이번에도 결항되면 안되니 이틀 앞당길 예정”(zzzzzzzz*****), “발리 화산. 여긴 평화로운데. 화산으로부터 30km 떨어져 있음. 가까운 건가 먼 건가”(sonya201*****)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발리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가 발리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아궁 화산은 발리 섬의 중심도시인 덴파사르와는 약 45㎞, 응우라라이 국제공항과는 약 58㎞ 떨어져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남부 쿠타 지역과의 거리는 60㎞ 이상이다.
다만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화산이 폭발하면 항공편이 결항될 가능성이 높아 여행 일정이 예상과 달리 길어질 수 있으므로 발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객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긴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가급적 화산 폭발 위험이 사라진 이후로 여행 일정을 조정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