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옹’
■ 선미가 꼽은 ‘레옹’
가수 선미는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웬만해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감성이 부족한 것도, 눈물샘이 마른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하지만 몇년전 우연히 본 영화 ‘레옹(1994년)’은 달랐다. 워낙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고, 내용도 많이 알려진 터라 큰 기대 없이 봤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자신도 당황스러웠지만, 그 감정을 집중하려 애쓰다보니 결국 선미의 ‘인생영화’가 됐다.
‘레옹’은 베일에 가려진 살인청부업자와 옆집 소녀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뤽 베송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개봉 당시 180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에서 개봉한 프랑스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다.
영화 속 명장면 가운데 선미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면은 따로 있다. 마틸다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이다. 레옹과 이별을 직감한 마틸다가 “나는 사랑 아니면 죽음이에요. 사랑해요 레옹”이라고 말하며 눈물 짓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선미는 “가녀린 여자 주인공이 사랑 앞에서 강인해지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유독 이 장면에 ‘꽂힌’ 선미는 그 후로도 이따금씩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레옹’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타이틀곡 ‘가시나’가 바로 영화 속 마틸다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이다. 포인트 춤인 ‘권총 춤’도 마틸다가 권총을 들고 카리스마를 내뿜는 장면을 떠올려 만든 것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