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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내 친구’ 리그 막바지 진풍경 연출

입력 | 2017-09-26 05:30:00

kt-두산전이 열린 24일 잠실구장. KIA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3루측 kt 원정팬들과 함께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치열한 순위다툼 속에서 타 팀을 응원하는 진풍경이 리그 막바지에 연출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화와 KIA의 시즌 14차전이 열린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선발투수 김재영과 팻 딘의 호투로 경기 초반 팽팽한 0의 균형이 계속됐다. 명품 투수전으로 매 이닝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지만, 터지지 않는 득점에 아쉬움을 삼키는 팬들도 더러 있었다.

홈 관중인 KIA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두산의 맹추격을 받고 있던 터라 매 경기 1승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1만 명이 넘는 관중들을 모두 일으켜 세우는 낭보가 챔피언스필드에 날아들었다. 대형 전광판에 나온 타 구장 소식이었다. 같은 시간 잠실에서 열리고 있는 kt와 두산의 경기에서 kt가 2-0으로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광판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습은 경기가 종반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잠실로 넘어가 재연출됐다. 단독선두 KIA가 한화에게 0-5로 패했다는 소식이 잠실구장에 전해지자 이번에는 공동선두 등극의 기회를 잡은 두산팬들이 큰 박수와 함성을 터트렸다.

올 시즌 KBO리그 순위싸움은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두산과 KIA의 선두싸움, 롯데와 NC의 3위 싸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와일드카드 한 장까지. 자력 순위 확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각 구장에서는 여러 진풍경이 나오고 있다. 바로 ‘적의 적’을 응원하는 모습이다. 순위 싸움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쟁 팀의 경기에서 그 맞상대를 응원하는 타 팀 팬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팬 일일 체험’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리그 막바지 순위경쟁이 팬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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