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 CEO 어린이 예방접종 지원 국제기구 73개국 6억4000만명에 혜택 “아직 6500만명 공급 못받고 방치… 질병 예방엔 어느 국가도 예외없어”
25일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 최고경영자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최고경영자(CEO·61)는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지원은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나타냈다. 2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였다.
다른 국제기구들처럼 Gavi의 고민도 깊은 듯했다.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자칫 국제 사회 움직임과 상충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다.
버클리 CEO는 26일 백신 제조사 50곳이 참여하는 ‘개발도상국 백신 제조사 네트워크(DCVMN)’ 연례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Gavi는 세계 최대의 백신구매 국제기구다. 인도, 나이지리아 등 세계 73개국 어린이의 60%가 이 기구를 통해 필수 예방접종 혜택을 받고 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지원으로 2000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후 어린이 6억4000만 명에게 백신을 지원했다.
버클리 CEO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선진국보다 월등히 많다. 개도국 시장을 공략하는 게 백신 제조사로서도 유리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에선 비싸게, 개도국에선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면 선진국 시장만 노릴 때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Gavi가 가진 73개국의 백신 수요 정보를 활용한다면 개도국에서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Gavi는 공여국(供與國)의 지원금을 모아 백신을 직접 구입한다. Gavi의 지난해 지원금은 12억5300만 달러(약 1조4200억 원). 이 중 97%를 소아마비, 황열병, 폐렴 등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어린이 권장 접종 백신 10종과 전염병 백신을 비축하는 데 썼다. 백신의 접종은 국가별로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를 통해 이뤄진다.
한국은 2010년 아시아 최초로 Gavi의 공여국이 돼 현재까지 1500만 달러(약 170억 원)를 지원했다. Gavi에 백신을 공급하는 17개 제조사 중 3곳이 한국 기업이다. 버클리 CEO도 한국 기업의 기여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경구용 콜레라 백신이 충분치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한국 기업 ‘유바이오로직스’가 공급에 나서면서 수요를 따라잡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Gavi는 예방접종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추적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버클리 CEO는 “아직 6500만 명의 어린이가 정치적 문제로 백신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를 찾아 백신을 맞도록 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