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 김광석 씨의 부인 서해순 씨(52)는 딸의 죽음을 친정가족에게 숨긴 이유로 재산 분할에 따른 갈등을 꼽았다. 친정아버지 사망 후 벌어진 갈등으로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서 씨는 26일 동아일보 기자에 보낸 문자메세지에서 “다 미웠다”며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서 씨의 친정어머니 주모 씨(84)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25일 서 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2007년 4월 친정아버지 사망 후 가족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주장했다. 서 씨에 따르면 재산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이 있은 뒤 어머니를 비롯한 형제들과 연락도 뜸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딸 김서연 양(당시 16세)은 급성화농성폐렴으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서 씨는 주변 지인과 언론 등에 서연 양의 사망 사실을 숨긴 이유로 “경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 씨에 따르면 그는 서연 양 사망 직후인 2008년 초 미국 하와이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주류 판매업을 시작했다. 5년 넘도록 미국에서의 생활이 이어지며 주변에 알릴 기회를 놓쳤다는 것. 그는 본보에 보낸 문자메세지에서 “서연이를 잊으려 매일 새벽 2시까지 일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씨는 재산을 둘러싼 가족간 분쟁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딸의 인터뷰를 봤다며 “남편이 사망할 당시엔 남겨둔 재산이 없었다. 가족이 서로 다툴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주 씨에 따르면 그의 남편은 홍콩에서 생활하며 사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겠다는 큰 아들을 지원하다 실패해 가산을 탕진했다.
주 씨는 서 씨와의 관계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 씨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자택에 피아노 한 대가 있었는데 서연 양이 올 때마다 연주했다고 한다. 주 씨는 서연 양과의 여러 일화를 전하며 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경황이 없어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는 딸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주 씨는 “미국에서 딸이 바빴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서연이의 사망 소식을 우리(친정 식구들)나 시댁에 알리지 않을 정도였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지휘를 받아 서연 양 사망 경위와 서 씨가 이를 숨긴 의혹을 수사 중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