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뒤 평화헌법 개정 본격화 밝혀… 고이케와 ‘우익 연대’ 결성도 시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방송에 출연해 다음 달 22일 중의원 선거가 끝난 후 평화헌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25일 중의원 해산 방침을 밝힌 뒤 같은 날 밤 NHK에 출연해 개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최전선에서 노력하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을 명분 삼아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 보유 근거를 명시하겠다는 뜻이다.
이어 “개헌안은 여당만으로 발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많은 당의 찬성을 얻고 싶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도 개헌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연립 여당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310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개헌에 찬성하는 고이케 도지사의 신당, 그리고 일본유신회 등과 ‘우익 연대’를 결성해서라도 개헌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개헌을 “자민당 창당 이래의 비원(悲願)”이라며 강한 의지를 불태워 왔다.
또 ‘의원의 정수 축소 및 보수 삭감’과 ‘원전 제로’를 공약으로 내걸며 아베 총리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자회견 후 ‘탈(脫)원전’을 주장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를 만나 격려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이케 지사는 고이즈미 전 총리 시절 환경상을 지냈으며, 각별한 총애를 받아 ‘고이즈미 정권의 마돈나’로도 불렸다.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희망의당은 여야 정치인을 흡수하며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다. 민진당의 중진인 마쓰바라 진(松原仁) 전 국가공안위원장이 25일 탈당하고 합류를 선언했으며, 같은 당의 가키자와 미토(枾澤未途) 중의원 의원도 주중 탈당을 검토 중이다. 신당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최대 150명의 후보를 낼 방침이다.
위기감을 느낀 자민당은 견제에 나섰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이케 지사가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소비세 인상(8%→10%)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한 걸 두고 “도쿄의 경기회복을 실감할 수 없다는 고이케 지사의 감성이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