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민간분양도 투명성 높이려 ‘전자계약’ 도입

입력 | 2017-09-27 03:00:00

한국자산신탁 11월 시범 적용… 분양률 뻥튀기-시행사 먹튀 차단




# 주부 A 씨는 최근 인천의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가 낭패를 봤다. ‘우리에게 입금하면 6개월 치 월세를 보장하겠다’는 시행사의 사기에 넘어가 신탁회사가 아닌 잘못된 곳에 잔금을 부친 것이다. 돈을 받은 시행사는 A 씨는 물론이고 신탁사와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초 광주 동구에서 분양된 B아파트의 초기 분양계약률(분양 시작 3개월 이내의 계약률)을 30%로 집계했다. 반면 시공사는 이 기간 절반 이상의 주택이 팔렸다고 주장했다. 시공사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계약률이 정부에 취합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거나 시공사가 분양률을 ‘뻥튀기’한 셈이다.

주택 분양시장의 불투명한 거래 관행에서 빚어지던 이런 사고들이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이 민간주택 분양시장에도 도입되기 때문이다.

26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수주액 기준 국내 최대 부동산 신탁회사인 ‘한국자산신탁’이 올 11월부터 주택 분양계약에 국토부의 전자계약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전자계약은 지금까지 종이 계약서를 통해 진행되던 부동산 계약을 공인인증서와 전자서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개인 간의 매매 및 임대차 계약에서만 활용됐다. 민간 분양사업에 전자계약이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주택거래때 계약-입금상황 확인 쉬워져 ▼

한국자산신탁은 아파트 오피스텔 분양에 전자계약을 시범 도입한 후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탁사는 분양대금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오가는 모든 비용을 관리 및 지급하는 회사. 한국자산신탁이 연간 참여하는 분양사업만 30∼40곳에 이르는 만큼 시스템이 조기에 안착되면 매년 수만 채의 분양계약이 전자계약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계약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투명성이다. 지금까지는 무자격 공인중개사 등이 부동산 거래를 해도 소비자가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분양시장에서는 시행사가 계약자로부터 직접 계약금 등을 받은 뒤 이를 신탁사에 넘기지 않고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전자계약을 거치면 공인인증서 등을 통해 거래 당사자의 신분이 확인된 뒤에만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피해 발생 가능성이 상당 부분 차단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는 “전자계약을 이용할 경우 돈을 어디로 입금해야 하는지와 계약 진행 상황이 어떤지 등을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어 사기 피해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을 모니터링하는 국토부도 분양 관련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시공사나 시행사가 계약 60일 이내에 관할 시군구에 계약 사실을 신고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이를 다시 취합하는 방식으로 계약률 통계를 냈다. 하지만 전자계약이 적용되면 단지별 계약 상황을 정부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6개 공공기관에도 전자계약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