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취임식서 개혁-변화 ‘一聲’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통합과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겠다”며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좋은 재판’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필요한 개혁 과업을 차분하고 진중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A4용지 11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대법원장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살피겠다”며 법원 안팎과의 소통도 다짐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김 대법원장은 ‘충실한 재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이 속도와 처리량에만 치우쳐 있지 않은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며 “성심을 다한 충실한 재판을 통해 국민이 절차와 결과 모두에 수긍하고 감동할 수 있는 사법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관예우 근절의 필요성도 강조하면서 “재판의 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불신 요인을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보다 수준 높은 윤리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대법원의 과도한 재판 부담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 허가제,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고 허가제는 법원이 허가한 일부 사건만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제도로, 1981∼1990년 운영되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를 이유로 폐지됐다. 상고심 재판 가운데 일부를 대법원 대신 맡아서 처리하는 상고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부당 외압 사건을 계기로 개혁의 도마에 오른 사법행정을 재판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이 재판의 지원이라는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재판 중심 사법행정을 실천하겠다”며 “법관의 영광은 재판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재판 중심의 인사제도가 구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이 법원 내 요직을 독식하는 인사 관행을 깨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 초반 사법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 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조사는 ‘김명수표 사법개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법원장이 인권법연구회 사태를 계기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상설화 움직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