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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내 취임 자체가 사법개혁 상징”

입력 | 2017-09-27 03:00:00

26일 취임식서 개혁-변화 ‘一聲’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통합과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겠다”며 취임사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오늘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좋은 재판’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필요한 개혁 과업을 차분하고 진중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A4용지 11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대법원장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살피겠다”며 법원 안팎과의 소통도 다짐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김 대법원장은 ‘충실한 재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이 속도와 처리량에만 치우쳐 있지 않은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며 “성심을 다한 충실한 재판을 통해 국민이 절차와 결과 모두에 수긍하고 감동할 수 있는 사법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관예우 근절의 필요성도 강조하면서 “재판의 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불신 요인을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보다 수준 높은 윤리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대와 남성, 고위 법관 출신이 절대 다수인 대법원 구성을 바꿀 뜻도 분명히 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최종심이자 법률심으로서 사회의 규범적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법원 판결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투영되도록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과도한 재판 부담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 허가제,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고 허가제는 법원이 허가한 일부 사건만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제도로, 1981∼1990년 운영되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를 이유로 폐지됐다. 상고심 재판 가운데 일부를 대법원 대신 맡아서 처리하는 상고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부당 외압 사건을 계기로 개혁의 도마에 오른 사법행정을 재판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이 재판의 지원이라는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재판 중심 사법행정을 실천하겠다”며 “법관의 영광은 재판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재판 중심의 인사제도가 구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이 법원 내 요직을 독식하는 인사 관행을 깨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취임 초반 사법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 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조사는 ‘김명수표 사법개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법원장이 인권법연구회 사태를 계기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상설화 움직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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