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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소나타 전곡… 한국서 3년 걸쳐 도전하는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입력 | 2017-09-27 03:00:00

스와나이, 28일 금호아트홀서 첫 연주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한 연주를 선보이는 스와나이 아키코. 금호아트홀 제공

스와나이 아키코(45)는 일본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다. 1989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 199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 1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바쁜 협연 활동도 펼치고 있다.

무대 밖에서도 유명하다. 뛰어난 외모로 일본에서 백화점, 자동차, 화장품 등의 광고를 찍었다. 한때 일본 왕실의 왕세자빈 후보로도 올랐다.

28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4년간 베토벤의 실내악을 집대성하는 ‘베토벤의 시간 ‘17’20’ 시리즈에서 그가 한국 관객과 만난다. 연주회 명칭은 2017과 2020의 숫자를 딴 것이다.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3년에 걸쳐 매년 한 회씩 무대에 올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들려준다. 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그를 만났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 9번만 녹음했던 그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전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의외다.

“이런 장기 프로젝트가 가능한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멋진 제의가 왔죠.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모두를 녹음하는 작업을 아직 끝내지는 않았어요. 일생이 소요되는 큰 작업이라 생각하거든요.”

그의 바이올린은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가 30년간 소유했던 171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돌핀’이다. 산토리 재단에서 무상으로 악기를 대여해 주고 있다.

“정말 멋진 보물이죠. 이 악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놀라운 순간을 경험했어요.”

10대 때 ‘천재 소녀’로 불린 그다. 하지만 현재에 머물지 않고 미국으로 떠나 줄리아드 음악원을 다니며 컬럼비아대에서 정치사상사를 공부했다.

“조금씩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면 거기에는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어요. 이를 계속해 온 결과로 현재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데 일본에서 자란 저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죠. 많은 도움이 됐어요.”

뛰어난 외모와 재능에 대기업 경영자 부친을 둬 물질적으로도 크게 남부러울 것이 없는 그다. 과연 그럴까.

“일본에 ‘이웃집 풀밭이 내 집 풀밭보다 더 푸르다’란 말이 있어요. 저의 인생도 결코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음악이 항상 가까이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어 그저 행복해요.”

그는 40대 초반인 2013년부터 ‘닛폰국제음악제’를 개최해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매년 연주회와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있다.

“10대 후반부터 수동적으로 불러주는 곳에 가서 연주해 왔어요. 이런 생활로 인생을 끝낼 것인가 고민했죠.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었어요. 올해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서 음악제를 개최했어요. 음악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야죠.” 5만 원. 02-6303-1977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