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아이의 변화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사람이 변하려면 문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어른은 문제 인식조차 잘 되지 않는다. 어렵게 문제 인식을 한다고 해도 그 다음 단계, 변하려는 노력도 쉽지 않다. 그렇게 살아온 삶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 인식이 있고 정말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도 평생 변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아이는 다르다. 아이는 문제 인식을 부모가 한다. 문제 인식 자체가 어른보다 쉽다. 문제 행동을 한 세월도 어른보다 길지 않아 교육의 효과도 빠른 편이다. 물론 문제의 종류에 따라 그 기간이 다르기는 하다. 떼를 심하게 부리는 아이는 정말 제대로 훈육을 하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 늦되거나 사회성이 미숙한 것처럼 성장과 발달에 관련된 문제라면 금세 해결되지는 않는다. 발달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1, 2년이 더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평생 변하지 못하는 어른에 비하면 아이는 모든 면에서 유리한 편이다.
첫째는 부모의 문제 인식이 잘못된 경우이다. 문제 인식이 잘못되면 당연히 해결 방법도 잘못된다. A와 B라는 아이가 있다. 둘 다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A는 이전에 오지에 살아서 친구와 놀아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원인이다. 동네 어른들과는 잘 지내던 아이다. 이런 아이는 부모가 몇 번 애써서 친한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서 놀게 해주고, 키즈카페에서도 놀게 해주면 좀 빨리 좋아진다. B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아이다. 이런 아이에게 A와 같은 방법을 쓰면 문제는 오히려 장기화될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면 변화는 좀 빨라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문제의 본질적 이유를 잘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방법을 잘 써도 아이는 절대로 한 번에 좋아지지 않는다. 좀 빨리 좋아진다고 하는 것이 최소 6개월이다.
둘째는 부모의 조급한 마음 때문이다. 아이가 빨리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사랑이지만, 그 초조함 때문에 아이의 변화가 더뎌진다. 초조함은 불안이다. 아이가 변하려면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부모는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라는 것은 아니다. 기다리면서 끊임없이 반복해서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하나를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불안이 높으면 이 과정을 진득하게 해내지 못한다. 초조한 마음에 아이를 대하는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눈빛이 무서워진다. 손길이 거칠어진다. 그렇게 되면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이 된다. 불안한 아이는 자신을 변화시킬 힘을 잃는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가르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이 방법을 적용했다가 안 되면 금세 다른 방법을 찾는다. 하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아이에게 좌절하고 포기하고 비난하고 분노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상태는 아주 나빠지기도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