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원인을 설명하려는 방식을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성공에 대해서는 “역시 내 노력 때문이야”와 같이 자신의 기질을 들어 설명하려 하고, 반대로 실패에 대해서는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어”와 같이 상황을 들어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부른다.
사회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보통의 성공=재능+운’ 그리고 ‘대단한 성공=약간 더 많은 재능+약간 더 많은 운’이라는 공식을 소개한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성공에는 노력도 있지만, 운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 많다. 1년 넘게 격주로 써 오고 있는 이 칼럼도 내게 글 쓰는 기술이 있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오만한 이야기다. 이런 성격의 칼럼을 쓸 필자를 찾고 있을 때 나를 떠올리고 추천했던 사람이 있었고, 큰 반대가 없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운이 7, 실력이 3이라는 ‘운칠기삼’이 단순한 농담은 아니다.
그의 생각을 직장인의 상황에 대입하여 소개해보자.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좋은 일이든 아니든 간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법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매일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는 좋다, 싫다라는 감정을 갖게 되고 보통 이에 따라 반응을 결정한다. 싱어는 명상을 할 때 잡념을 내려놓는 것처럼 삶 속에서 어떤 사건을 접할 때 좋다, 싫다라는 감정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하지 않기를 권한다. 오히려 이 사건이 내게 벌어진 것은 많은 인연과 의미가 있어 발생한 것으로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이 상황에 내가 기여하는 방식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회사가 나를 해고했다고 치자. 싱어가 말한 원리를 대입한다면 우선 내가 처하게 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회사의 행동을 옳다고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회사를 떠나게 된 상황을 싫다, 좋다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 상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이며, 여기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누구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여 불공정한 인사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또 누구는 일과 직장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싱어가 직장인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내게 벌어지는 일에는 운이 크게 작용할 수 있으나, 그에 대응하는 나의 자세와 생각에서 보다 나은 노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그 노력이란 감정에 휩싸여 반응하기보다 각 상황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긴 추석 연휴가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 좋은 운이 함께하길 응원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