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주변의 맛집 명함이 비치된 ‘골프존카운티 선운’의 프런트 모습.
안영식 전문기자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골프 라운드는 처음이라는 두 외국인은 운동 후 식사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하우스 캐디(골프장 전속 캐디)를 칭찬했다.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엑설런트’를 연발했다.
필자도 맞장구를 쳤다. 한국 골프장 캐디의 역량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만하다. 코스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는 골퍼 4명에게 남은 거리에 적합한 클럽을 전달하는 것, 덤불 속에 숨은 공을 찾아내는 것, 그린에서 공을 일일이 닦아주며 퍼팅 라인을 알려주는 것 등. 이 모든 일을 혼자 해내면서 진행도 매끄럽게 해낼 수 있는 캐디가 과연 한국 이외에도 있을까. 국내 골프장은 각종 편의시설과 코스 관리, 조경 또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골프장 직원에게 주변의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것은 이래저래 껄끄럽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장 운영 전문회사인 ㈜골프존카운티의 골프장 주변 맛집 안내는 ‘신선한 충격’이다.
이 회사가 운영 중인 골프장은 골프존카운티 선운, 청통, 안성 Q, H, W, 무등산 등 6곳이다. 이 중 2곳(선운, 청통)은 아예 클럽하우스 프런트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골프장 인근 맛집 명함을 비치해 놓고 있다. 안성지역 3곳은 주변 맛집에 대해 상호부터 주소, 전화번호, 주요 메뉴, 골프장으로부터의 거리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인쇄물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사소한 듯 보이지만 지역 상생의 실천이다.
식음료 판매는 골프장 전체 매출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하지만 고액 연봉의 주방장 등 클럽하우스 레스토랑과 그늘집 종사자의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순이익은 많이 나지 않는다. “숫자로 밝히기 창피할 정도”라고 밝힌 한 골프장 전문경영인은 ‘계륵’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이후 n분의 1 골프, 알뜰골프가 늘면서 상황은 더 열악하다.
그렇기에 식음료 파트의 직원들 고용을 유지하고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골프장 측이 고객들에게 주변 음식점을 소개해 주는 것은 ‘결단’에 가깝다.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지역 주민과의 원만한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한편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해외 원정 평가전 2게임(러시아, 모로코)을 치른다. 이와 관련해 신태용 감독은 보름 전 공식 석상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2게임 때 K리그가 대표선수 조기 소집에 협조하는 등 희생을 많이 했다. K리그와 상생의 길을 가기 위해 이번 해외 평가전에 국내파 선수는 차출하지 않겠다. K리그가 살아야 대표팀도 산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 감독은 25일 전원 해외파로 구성된 신태용호(號) 2기 대표팀 명단(23명)을 발표했다. 축구대표팀이 해외파로만 꾸려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올해 7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지휘봉을 잡았던 2게임의 경기력(무득점-2무승부)에 실망한 축구팬들의 원성과 ‘거스 히딩크 감독 재영입설(說)’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신 감독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상생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상생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 실천은 쉽지 않은가 보다. 공허한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객감동, 더 나아가 국민감동 상생 사례가 여러 분야에서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