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차장
독일도 정규직과 파견근로자 간 임금 격차라는 부작용은 피해 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독일 연방노동부는 2015년 파견근로 기간을 18개월로 다시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사용자, 근로자, 정치권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지난해 다소 완화된 형태로 통과됐다. 18개월 기간 제한은 노사 합의를 통해 24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독일의 파견제는 과연 실패한 정책일까.
2년 전 만난 독일상공회의소(DIHK) 슈테판 하르데거 박사는 “독일이 금융위기 직후 노동시장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연한 인력 수급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독일 내 파견 인력은 2003년 33만 명에서 2015년 96만 명까지 늘어났다. 전체 근로자의 3%를 조금 넘는다. 요약하면 독일은 파견제도를 경제 위기 극복에 요긴하게 활용했다. 부작용이 나타나자 즉각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했다. ‘파견은 악’이라고 못 박아둔 한국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국내에서는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에서만 파견이 허용된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한 것을 산업계가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도 노동 경직성을 강화하는 조치여서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이번 감독 결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미리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파리바게뜨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는 시범 케이스를 통해 공포심을 심어주기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부터 손을 보는 게 할 일이다. 파견법도 테이블 위에 올려보자. 파견 가능 업종을 확대하더라도 기업들이 악용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된다.
세계적으로 높은 정규직 보호 수준도 생각해볼 문제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의 2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노조의 박수를 받겠지만 숙련자들을 대책 없이 내보내는 어리석은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성과자’ 기준만 명확히 해두면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이 피해를 볼 이유는 없다. 정부는 양대 노총을 달래는 데 급급하다.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조건으로 했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은 한국 대기업 노조의 힘이 비대해진 결정적 원인 중 하나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