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승급인사에서 차장으로 승진한 한화첨단소재 허모 차장(40)은 올여름 한 달간의 안식월 휴가 계획을 짜고 있다. 처음엔 미국 서부 지역 일주나 유럽 여행을 알아봤다.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9일 창립 64주년을 맞은 한화그룹은 젊고 미래 지향적인 기업문화 구축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안식월, 유연근무제 도입 등이 핵심이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창립기념사를 통해 “사업 규모가 커지고 시장 지위가 높아질수록 임직원들의 의식 수준 또한 일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화의 지난 64년은 과감하고 혁신적인 결단의 연속이었다”며 “기업 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창업시대의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안에 있는 ‘젊은 한화’를 깨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제도는 직급 승진 시 1개월간의 안식월을 주는 것이다. 안식월 제도 도입은 직원들이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새롭게 부여된 직책에 대한 각오와 계획을 차분히 설계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재충전을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회사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최대한 배려하는 유연근무제도 전격 도입했다. 개인별 업무 상황에 따라 미리 신청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계열사별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운 회사는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해 추가 업무를 최소화한다. 자기계발 및 건강관리 등으로 조직 몰입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여기에 팀장 정시퇴근제(오후 5시 팀장 의무 퇴근), 리더스데이(월 1회 팀장 의무 연차) 등을 시행해 직원들의 업무시간 내 몰입도를 높이고 일·가정 양립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화는 조직문화 혁신에 임직원들의 의견을 최우선 반영했다. 지난해 3월부터 그룹 내 모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선진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선호도 조사를 하고 직급별 워크숍을 통해 세부 의견 등을 청취해 반영했다. 선진기업들의 사례도 분석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