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성시연에게는 ‘말러 스페셜리스트’라는 이름표가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그래서 혹자는 묻는다. “왜 성시연이 말러 스페셜리스트인가?”.
성시연이 답한다. 10월27일과 28일. 그 이유를 밝힐 테니, 와서 귀와 마음을 열라고.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성시연의 말러 9번>을 무대에 올린다. 10월 2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될 이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9번과 첼리스트 막시밀리안 호르눙의 협연으로 슈만 첼로 협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경기필의 기념연주회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음악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표제음악이 아닌 음악 자체에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로 엄선했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말러 교향곡 9번, 베토벤 교향곡 9번 등 주로 작곡가들의 후기 작품을 다룬다.
성시연 단장은 “브람스는 작곡을 할 때 항상 ‘어디로부터(Woher), 왜(Warum), 어디로 (Wohin)’라는 물음을 신에게 던졌는데 이 물음이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브루크너, 말러 등 앱솔루트 시리즈에서 다루는 작곡가들의 성향이나 내면은 전혀 다르지만 그들의 작품 속에 응집되어있는 음악의 본질과 숭고한 아름다움은 우리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앱솔루트 시리즈 세 번째는 말러 9번이다. 말러의 교향곡에는 인간의 고뇌와 절망이 녹아 있다. 그 중에서도 교향곡 9번은 말러가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으로, 심장병으로 고통 받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악장에는 죽음에 대한 체념과 죽음에 대한 저항이 극렬히 대비되고 있으며, ‘죽어가듯이’라는 지시어가 적힌 4악장은 현악기의 여리고 긴 음으로 마무리된다. 이별과 죽음에 대한 암시로 가득해 ‘죽음의 교향곡’으로 불린다.
협연무대인 슈만 첼로 협주곡도 주목할 만하다. 23세의 나이에 바바리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으로 임명되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독일 첼리스트 막시밀리안 호르눙이 처음 내한해 경기필과 호흡을 맞춘다.
한편, 12월에 이어지는 앱솔루트 시리즈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와 첼리스트 문태국의 브람스 이중 협주곡도 예정되어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