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동향을 파악, 관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를 주장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이하 법관회의)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27일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28일 법관회의 소속 일부 판사와 만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김 대법원장은 앞서 관련 의혹을 조사했던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 관계자들과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의 당사자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들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첫 출근을 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서는 올해 초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부당 외압 사건으로 촉발된 법원 내부 갈등을 잠재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블랙리스트 재조사 주체를 누구로 할지도 민감한 문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사들이 다수 참여하는 기구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미 관련 의혹에 대해 한 차례 조사를 한 뒤 4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법관회의는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인권법연구회 회원 4명을 포함한 총 5명의 법관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소위’를 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동시에 납득시키려면 중립적인 조사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판사는 “다음 달 국회의 대법원 국정감사 때 법원행정처 기조실 관계자의 컴퓨터를 공개 조사하는 것 등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