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브랜드 트레비-씨그램 생산량 90%가량이 과일향 첨가 ‘탄산음료’… 청정 이미지 앞세운 ‘꼼수’ 지적
최근 탄산수 브랜드가 소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분 좋게 톡 쏘는 청량감에 미용과 다이어트 효과까지 좋다는 마케팅 포인트가 제대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그런데 실제 탄산수 브랜드 매출의 90%는 탄산수가 아닌 탄산음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이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형 음료업체 탄산수 브랜드 매출 대부분은 탄산수가 아닌 탄산음료였다. 식품위생법상 ‘탄산수’의 개념은 본래 탄산가스를 함유한 물 또는 먹는 물에 인위적으로 탄산가스를 넣은 것이다. ‘탄산음료’는 먹는 물에 탄산가스와 식품 및 식품첨가물을 혼합한 것을 말한다. 탄산수에 비해 탄산음료는 변질을 막는 역할을 하는 안식향산 등의 보존료를 일정 함량까지 넣어도 허용이 된다.
국내 탄산수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칠성음료 ‘트레비’의 지난해 총 생산량은 3만1378t. 이 가운데 탄산수 기준에 부합하는 ‘트레비 플레인’은 2568t이다. 전체 트레비 생산량의 8% 남짓이다. 나머지 92%는 라임, 레몬, 자몽 향을 넣어서 만든 탄산음료로 분류된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 143억 원 규모였던 국내 탄산수 시장은 지난해 856억 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업체들이 탄산수와 탄산음료 간 경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꼼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는 아예 탄산음료를 ‘탄산수 레몬’ ‘탄산수 라임’ 등으로 탄산수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단순히 탄산수에 향만 첨가한 탄산음료들이 나와 있지만 추후 설탕 등 다른 첨가물들을 넣어 제품군을 확대하면 소비자들은 더 혼란스러울 가능성도 있다. 탄산음료를 탄산수로 표시하고 광고하는 것은 위법 소지까지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광고와 제품 겉면 표기 등에 문제 소지가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