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양극화 지방학교가 위태롭다]<下> 작은 학교를 지키는 교사들
“도시보다 시골 선생님 만족도 높아” 전남 구례군 간문초에서 4학년 담임교사 김태영 씨가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그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천사 같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시골학교”라며 “도시에 있을 때보다 교사로서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구례=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시골로 온 도시 선생님
김 씨는 광주교대를 졸업한 뒤 1983년 경기 양평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간문초에 오기 전 십여 년 동안 일산에서 근무했다. 그는 늘 시골 생활을 꿈꿨다고 했다. “시골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보니 오직 선생님만 바라봐요. 무엇을 가르치든 쫙쫙 따라오니 ‘가르칠 맛’이 나죠. 이 학교로 온 뒤 교사로서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김 씨는 “학급 전체가 영어시험 100점을 맞으면 아이스크림을 사 준다고 했더니 반 아이들이 뒤처지는 아이를 붙잡고 가르치더라”며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도시 학교 교사들은 학업이 부진한 아이가 있어도 따로 남겨 공부시킬 수 없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쏟아져서다. 김 씨는 “아이들을 끼고 가르칠 수 있는 것 또한 시골 학교의 장점”이라고 했다.
천사 같은 시골 아이들 중엔 아픔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비율이 높다. 따뜻한 품이 무척 그리운 아이들인 만큼 연륜 있는 교사가 꼭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김 씨는 “교사들이 젊었을 때는 큰 학교에서 많이 배우고 도전한 다음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느끼면 시골 학교로 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 씨의 남편은 직장을 정리하고 함께 귀촌했다. 두 자녀는 장성해 독립했다. 교사는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겨도 소득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직업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갓 임용된 신규 교사를 지방 학교에 배치하기보다는 자녀를 다 키운 경력 교사들에게 초점을 맞춰 이들을 유인할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골 학교 기간제 교사는 대부분 퇴임 교사다.
○ 벽지학교 지원한 신혼부부 선생님
교사 김동걸(33), 추주혜 씨(28·여) 부부는 강원 인제군 부평초 신월분교에서 4명의 아이를 가르친다. 신월분교는 버스가 하루에 2대밖에 다니지 않는, 인제군 내에서 차로 40분이나 걸리는 외진 곳에 있다. 춘천교대 선후배 사이인 이 부부는 올해 5월 결혼하면서 나란히 이 학교에 부임했다. 김 씨는 벽지학교를 기피하는 예비 교사들에게 “도시 생활보다 불편한 점은 분명 있지만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교사로서 수업에 대한 재량권도 크다. 김 씨는 교과 위주로 보충수업을 해주는 ‘신월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 스스로 교육철학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더욱이 신월분교 관사는 여러 차례 개선 작업을 해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한 부부에게 신혼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김 씨는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이나 어린이집 등 육아 인프라가 없어 (계속 함께 이곳에서 근무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 교사들이 말하는 대안은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현 임용체제를 유지하면서 교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을 완화하려면 △관사 △가산점 △수당 등 3가지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도교육청은 여수시 금오도 내 여남초교 등 섬 학교의 초중고교 교사들을 위한 통합관사를 신축하고 있다. 전국 관사 개선 작업은 2, 3년 내에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피 지역에서 고생하는 만큼 이를 인정해주는 인사고과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벽지 근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교통비와 난방비 등의 비용을 보존해 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구례=임우선 imsun@donga.com / 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