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씨 관련 소송에서는 국가배상 소송으로는 특이하게도 국가가 아니라 경찰관 2명이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백 씨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청구인낙(請求認諾)을 했다. 경찰관들이 자기 책임으로 다투지 않고 돈을 물겠다고 한 이상 국가에 그 돈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경찰관들이 무슨 돈이 많아서 돈 많은 국가를 놔두고 자기 돈으로, 그것도 정당한지 부당한지 다툼이 있는 직무상 행위에 대해 5000만 원씩을 배상하는지 의문이다. 경찰관들은 “더 이상 유족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그런 마음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만이 이유였을까 싶다.
▷소송이 처음 제기됐을 때의 피고 국가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였다. 지금 이어받아 소송을 진행하는 피고 국가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는 이 소송에서 이기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국가가 나서 청구인낙을 하면 국가가 재판 결과도 지켜보지 않고 배상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 같으니까 경찰관들을 앞세워 배상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