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휴대전화-노트북 컴퓨터 분석 장손 “조선족 고용해 살해할수 있나”… 살해 모의 정황 음성파일 등 확보 장손-범인, 2012년 일본서 처음 만나
배우 송선미 씨(42)의 남편인 영화 미술감독 고모 씨(45) 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고 씨와 유산 상속 분쟁을 벌인 외조부의 장손 곽모 씨(38·구속)의 청부살인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곽 씨가 고 씨를 살해한 조모 씨(28·구속 기소)에게 “조선족을 고용해 (고 씨를 살해)할 수 있겠느냐”고 제의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곽 씨와 조 씨의 휴대전화 6대와 노트북 컴퓨터 등에서 고 씨 살해를 모의한 정황이 담긴 음성 녹음파일과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 등을 다수 확보했다. 곽 씨는 조 씨에게 영화 ‘황해’에 나온 조선족 청부살해업자를 언급하며 고 씨를 살해할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조 씨는 실제로 흥신소에 청부살인 방법을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 씨와 함께 범행 현장인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 동행했던 쌍둥이 동생과 지인을 26일 소환 조사했다. 조 씨는 이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해 사무실로 이동하던 중 시장에 들러 흉기를 샀다. 이를 본 동생과 지인은 조 씨에게 “왜 사왔느냐”고 물었고 조 씨는 “그냥 겁만 주려고 그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고 씨를 만난 조 씨는 흉기로 고 씨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 검찰 조사 결과 곽 씨가 조 씨에게 돈을 건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 씨는 증여계약서 위조 혐의로 곽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7월 곽 씨의 구속영장이 증거 부족으로 기각됐다. 이후 곽 씨는 가족들에게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재산을 정리해 해외로 나가자”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곽 씨가 고 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조 씨를 사주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조 씨는 고 씨에게 접근해 “나는 곽 씨에게 버림받았다. 곽 씨가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가 고 씨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강경석 coolup@donga.com·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