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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공무원 투신에 조직문화 도마 오른 서울시

입력 | 2017-09-28 03:00:00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주말 근무 예사
일각 “시민 소통만큼 내부 챙겨야”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월요일인 25일부터 서울시 본청 1층 로비 한편에서는 가수 윤선애의 노래 ‘부용산’이 흐르고 있습니다. 18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시 7급 공무원 김모 씨(28)를 추모하는 공간입니다.

김 씨는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일했습니다. 밤낮 공부에 매달려 안면장애를 극복하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했을 때, 김 씨 어머니는 “대통령에 당선된 것보다 더 기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올 초 일 많기로 유명한 예산과로 발령받은 뒤 김 씨는 과다한 업무와 질책에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예산철이라 일이 몰리자 상사들이 휴일 근무를 독려해 토요일인 16일에도 김 씨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7일 휴대전화를 껐습니다. 각종 예산 마감기한이 이어지던 때라 일요일 휴무는 ‘무단결근’인 셈이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자 18일 오전 9시 20분경 같은 과 직원 세 명이 김 씨의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김 씨는 “출근하겠다”며 집을 나섰지만 오전 10시경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일곱 번째인 서울시 공무원의 자살로 시청은 유난히 뒤숭숭합니다. 그의 죽음이 특정 상사 ‘갑질’이나 개인 신상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소통 부족과 업무 편중으로 조직문화가 상처받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새로운 사업을 쏟아내고 현미경 보듯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박 시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현장에서는 “깨알 같은 지시사항이 쏟아지니 동료는커녕 후배 돌볼 겨를도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한 6급 공무원은 “시장이 대민(對民) 업무나 ‘이벤트’에 집중하는 동안 내부 식구들이 아파간다”고 토로했습니다.

박 시장은 26일 직원 정례조례에서 “모든 게 다 제 잘못”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논의 틀을 만들고 실상을 분석해 지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직장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