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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트럼프, 문재인 정부 대북지원에 불만… 한미FTA 폐기에 영향”

입력 | 2017-09-29 03:00:00

윌버 로스 美상무장관 밝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가운데)이 2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국제 이해를 위한 비즈니스 협의회’ 주최 비공개 세미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BCIU 제공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미 상무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2일(현지 시간) 미국의 비영리조직 ‘국제 이해를 위한 비즈니스 협의회(BCIU)’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한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해 “전 세계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압박하고 있는 시점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는 한국의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이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가 한미 FTA를 폐기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로스 장관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혼란을 주고 있다.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뭔지 잘 모르겠다. 더 강경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런 기류는 한미 FTA 폐기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 장관은 8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핵 문제가 한국과의 무역적자 해소 문제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과 긴밀한 (안보상의) 관계가 (한미 FTA 논의에서) 한국의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1차 특별회기 결과를 보고받은 뒤 “폐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가 불안한 안보 상황에서 한미 동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 논의를 보류한 상태다. 결국 대북 공조 문제로 한미 관계가 삐걱댈 경우 안보 이슈와 경제 이슈가 분리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FTA 폐기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 워싱턴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통상 분야 당국자들과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미국의 FTA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만나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 실제 폐기를 한국에 통보하는 편지까지 작성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 FTA가 폐기되면 미국도 큰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폐기 위협이 ‘벼랑끝 전술’이라는 일각의 분석과 달리 실제 백악관이 폐기를 진지하게 추진했다는 뜻이다. 김 본부장은 그러면서 “미국이 폐기 위협을 (재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지렛대로 쓸 것 같다”며 “위협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갖고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2차 특별회기를 열자고 제안했다. 양국은 다음 달 4일에 2차 특별회기를 열기로 합의했다. 김 본부장은 ‘재협상을 원하는 건 미국인데 왜 우리 측이 서둘러 협상을 진행하려 하느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별도 질문에 “폐기 논의가 되기 전에 서둘러 재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김 본부장은 폐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폐기를 통보하면 180일 후 자동 폐기된다”며 “다만 그 시점에서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이번에 만난 상하원 의원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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