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소듐 2차 전지’ 개발 활발
김영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세라믹 전해질을 이용해 바닷물 속에서 작동하는 전지를 만들었다. 바닷물에 넣으면 소듐이온이 전지와 바닷물 사이를 이동하면서 작동한다. 원 모양과 작은 사각형 코인 셀을 연구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울산=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리튬의 대안으로 꼽히는 재료가 있다. 나트륨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소듐이다. 리튬과 같은 1가 이온이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해 리튬이온전지를 구성하는 다른 재료와 호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구하기 쉽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해수에 녹아있는 이온 중 염소 다음으로 많다.
최원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소듐을 2차 전지 소재로 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재료 분야 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스’ 13일자에 발표했다. 소듐을 저장할 물질로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에 쓰는 탄소 기반의 물질 대신 안티몬을 선택했다. 안티몬은 용량을 2배로 키울 수 있지만,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물리적으로 부피가 팽창해 전지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물질이다.
대용량 해수전지. 이 안에는 작은 사각형이나 원 모양의 기본 단위 전지인 ‘코인 셀’이 여러 개 들어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비상 발전 시스템이 고장 난 사건을 계기로 바닷물에 잠겨도 작동하는 전지를 구상했다. 바닷물에 들어가야 작동하기 때문에 항구 도시에서 대용량 전력 장치로 쓸 수 있다. 김 교수는 “수중 탐사 로봇이나 배처럼 항상 바닷물과 인접한 환경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부이(Buoy)용 해수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먼바다에 뜬 채로 해류나 해수의 수온, 염분 농도, 해수면 높이 등 자료를 모으는 센서를 부착하고 있는 부이에 적용하는 것이다.
소듐 2차 전지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소듐이온은 리튬이온보다 반지름이 크다. 따라서 반응이 느리고, 무겁다. 다만 원료 자체는 충분해 대용량 전력 저장 장치에 유용할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만든 전기를 어딘가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써야 한다. 최 책임연구원은 “리튬이온 대용량 전력 저장 장치는 가격과 안정성 문제 때문에 1MWh 수준에서 가능성만 확인한 상태”라며 “소듐이온은 리튬이온을 대신할 유력한 후보 물질로 10∼20년 정도 꾸준히 연구하며 발전시키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