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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에 효과 있었다” 기치료 아줌마, 법정 시연

입력 | 2017-09-29 03:00:00

‘비선진료’ 방조 혐의 이영선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女경위 상대 시연
“일주일에 한번 정도 靑 방문”




“그러면 기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봅시다.”(서울고법 형사5부 윤준 부장판사)

28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법정에서 이른바 ‘기 치료 아줌마’의 치료 행위 시연이 벌어졌다. 재판정 한가운데 놓인 간이침대에 법정 여성 경위가 엎드렸다. ‘기 치료 아줌마’ 오모 씨(75)가 여성 경위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고 양손으로 허리를 꾹꾹 눌렀다. 등 위에 가만히 올려놨던 손바닥으로 등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기 치료 시연의 목적은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38·구속 기소)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비선 진료’를 방조한 혐의가 인정되는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전 경호관 측은 기 치료를 의료 행위로 볼 수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오 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법정에서 시연을 하도록 했다. 앞서 이 전 경호관은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오 씨는 시연을 하면서 “손과 발을 먼저 풀어주고, 근육이 뭉친 곳에 손바닥을 갖다 대면 기가 통하면서 뭉쳤던 게 풀린다”고 주장했다. 시연 장면을 보기 위해 방청객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법정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많이 뭉치면 주먹으로 두들겨 주기도 하나”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오 씨가 “때린다기보다는 눌러주는데 경위분은 부드러워서 할 필요가 없다”라고 답하자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 씨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소개로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07년 무렵부터 박 전 대통령에게 기 치료를 해왔다고 증언했다. 당시 기 치료를 한 장소는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이라고 밝혔다.

오 씨는 “박 전 대통령은 몸이 약한 편이어서 손만 대도 뭉친 게 풀렸다”며 “청와대에는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갔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올 때마다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오 씨는 “청와대에서는 사혈침이나 단전돌 등 도구를 사용해 치료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오 씨는 “이 전 경호관은 내가 뭘 하는지 모를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기 치료를 마친 뒤 이 전 경호관에게서 치료 비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오 씨에 이어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8)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오 씨에게서 기 치료를 받은 경험을 증언했다. 장 씨는 “오 씨가 부항기를 이용해 피를 뽑은 적이 있는데 치료 후 몸이 아파 이모(최 씨)에게 ‘어지럽다’고 하자 이모가 ‘대통령도 그렇게 하는데 왜 너 혼자 어지럽다고 하느냐’며 혼을 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