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제강점기 때 신문 광고는 엄청 ‘야했다.’
한번 일제강점기 때 여성 제품 광고는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해 보시라. 그러면 아래 ‘박가분’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기 쉬운 게 사실이다.
동아일보 1923년 1월 26일자
그래서 80년 전 오늘(9월 30일) 동아일보에 실린 ‘중장탕(中將湯)’ 광고는 눈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아마도 정구복 차림을 한) 여성이 맨 다리를 그대로 내놓은 채 야릇한 미소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1937년 9월 30일자
이 중장탕은 일본 도쿄(東京)에 있던 츠무라준텐도(津村順天堂·현 츠무라제약)에서 수출하던 제품이었다.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데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산전·산후 장애 △생리 불순 △냉증 △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진이 등장하기 전에는 그림이 있었다. 1925년 5월 28일자 동아일보에는 ‘하루나’라는 피부질환치료제 광고가 나갔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벌거벗은 여성 상반신’이 디자인 콘셉트였다.
동아일보 1925년 5월 28일자
이렇게 나체를 콘셉트로 하던 시대에 ‘누드 사진집’ 광고도 빠질 수 없었다. 이듬해 6월 17일자 지면에는 ‘여자의 나체미의 신 연구’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만든 서양 여성 누드집 광고가 실렸다.
동아일보 1926년 6월 17일자
이렇게 ‘야한 시대’에 성병 약 광고까지 등장했다. 매독 치료제 ‘푸로다’는 아예 전면광고를 내걸었다.
동아일보 1935년 2월 10일자
꼭 성병약이 아니더라도 사실 일제강점기에는 의약품 광고가 제일 많았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개화기부터 1930년대까지 신문·잡지 광고를 분석한 ‘근대 광고에 나타난 상품의 유형’ 자료를 보면 1930년대에는 전체 광고 1339건 중 66.5%(890건)가 의약품 광고였다. 1920년대에도 51.6%(898건 중 463건)가 마찬가지였다.
의약품 광고가 많았다는 건 당연히 그 시절 사람들도 지금 우리처럼 자신이나 가족 건강을 챙겼기 때문. 그건 교육열도 마찬가지였다. 1938년 7월 13일에 실린 이노우에(井上) 통신영어학교 광고는 “윗사람이 되고 싶은 분, 입신출세(立身出世)를 희망하는 제군은 영어만은 꼭 배워두십시다”라고 외치고 있다.
이 학교 역시 소재지는 도쿄였다. 그러면 당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통신 수단으로 영어를 공부했을까. 정답은 ‘편지’였다. 영어 학습지를 풀어 도쿄로 보내면 첨삭지도해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을 테지만 이 회사는 신문에 꾸준히 1면 광고를 낼 만큼 성장을 계속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