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1사 1루에서 LG 유격수 백승현이 두산 서예일의 유격수 앞 땅볼 상황에서 2루로 향하는 에반스를 포스아웃 시킨 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LG 백승현(22)은 KBO리그 데뷔 3년째인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22일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28일까지 올 시즌 6경기에 모두 유격수로 선발출장하며 거둔 성적은 타율 0.286(14타수 4안타), 1타점이다. 수비에선 실책 한 개를 저지르긴 했지만,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 43이닝을 소화하며 안정감을 뽐냈다.
그 성적보다 주목받는 것은 바로 백승현이 1군에 올라온 시기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5강행 티켓이 왔다갔다하는 상황. 갈수록 줄어드는 트래직넘버를 보며 선수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시기에 처음 1군에 올라온 선수가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로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2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LG 양상문 감독에게 백승현 얘기를 꺼내자 “잘하지 않아요?”라며 흐뭇해했다.
양 감독은 “(백)승현이와 같은 선수를 이 시기에 쓰기가 쉽진 않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도 순위싸움의 압박에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1군의 모든 것이 생소한 선수를 유격수로 기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에 가깝다. 백승현을 기용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양 감독은 “(백승현이) 2군에서 평가가 좋아 경기에 내보냈는데, 잘해주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며 “표정도 좋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고 뛰는 모습이 좋다. 처음에는 1군 콜업을 결정하면서도 순위 싸움이 끝난 게 아니다 보니 걱정도 많이 했다. 수비 시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길이 가더라. 그 걱정을 지워낸 것 하나만으로도 (백)승현이가 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백승현은 이날도 8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해 침착한 수비를 선보이며 성장세를 입증했다.
LG는 올 시즌이 끝나면 오지환이 입대해야 한다. 어떻게든 주전 유격수의 공백을 메워야만 하는데, 그 대체자가 ‘젊은 피’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순위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1군에서 중용되는 중압감을 이겨낸 유격수라면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백승현은 그런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백승현의 발굴은 LG가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한 아쉬움을 상쇄할 만한 수확이라는 의미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