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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다시 돌아보게 되는 우리 사회의 경박성

입력 | 2017-09-30 00:00:00


시민단체의 경솔한 폭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생리대 위해성 논란만큼 큰 파장을 몰고 온 사례는 흔치 않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팬티라이너 기저귀는 모두 안전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내 666개 품목을 대상으로 에틸벤젠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 10종의 인체 위해성 검사를 실시해 “생리대를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리대 위해성 논란은 여성환경연대라는 시민단체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에게 의뢰해 생리대에서 얼마나 많은 VOC가 검출되는지 측정해 발표하면서 빚어졌다. VOC 검출 자료만으로는 인체 위해성을 알 수 없고 함유량과 인체 노출 시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함에도 섣부른 발표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릴리안’이라는 제품명이 노출돼 제조사인 ‘깨끗한나라’가 릴리안의 생산을 중단하고 판매된 제품에 대해 환불 절차를 밟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VOC 외의 다른 성분은 조사되지 않았다며 VOC 검출 폭로 때와는 논점을 바꿔 위해 의혹을 이어갔다.

과거 광동제약 음료의 방부제 파동, 일동후디스 분유의 농약 검출 파동 등 거짓으로 드러난 숱한 소동이 시민단체의 ‘아니면 말고’ 식 고발에 따른 것이다. 전문성도 의심되는 시민단체가 교수 한두 명을 끌어들여 과학적 조사를 한 것처럼 모양새를 꾸미고 다른 전문가들의 검토도 없이 충격적인 발표를 하면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믿고 몰려갔다가 뒤늦은 정부 부처의 안전하다는 확인에 긴가민가하면서 돌아서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시내 240번 버스 사건은 사실 확인 없이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이 퍼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어린아이만 내리고 출발하는 버스에서 엄마가 문을 열어 달라는데도 운전사는 운행을 계속했다’는 주장은 하루 만에 허위로 드러나긴 했지만 분노한 누리꾼들이 퍼 나르면서 33년간 성실하게 운전대를 잡아온 버스 운전사의 인생을 망칠 뻔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사드 전자파 유해성 논란도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드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주장은 불안을 부추겨 사드 배치 방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세력이 물고 늘어진 의도적인 거짓이었다. 허위 사실로 인한 소동이 없는 사회는 없지만 얼마나 자주 벌어지느냐가 그 사회의 합리성을 보여준다. 매번 같은 혼란을 반복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