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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中, 워싱턴서 ‘대북제재 이행’ 점검회의 열어

입력 | 2017-09-30 03:00:00

美실무진 ‘제재 구멍’ 구체적 제기… 압박느낀 中, 北기업 폐쇄 등 조치
美 “中 전면 나서고 있다” 긍정평가
틸러슨 30일 방중… 협력 강화 논의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정밀 점검하는 공동 실무회의를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에서 개최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30일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한다.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과 실무급에서 동시에 대북제재에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북한을 옥죄는 쌍끌이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미중 협력에 기초한 대북 압박의 향방이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 핵심 관계자는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5일 유엔 대북제재 결의(2371호) 통과 이후 미중 양국이 협의를 거쳐 미국 워싱턴에 실무팀을 꾸린 뒤 중국이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6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결의 2375호 채택 이후 실무회의도 27일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제석유 제품 수출 축소, 석탄 철 수산물 수입 금지 등 안보리 결의 내용을 중국이 빠짐없이 전면적으로 이행하고 있는지 각 제재 항목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28일 중국이 전격 발표한 중국 내 북한 기업 전면 퇴출 조치 역시 실무회의에서 결의 이행 여부를 꼼꼼히 따지는 미국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결과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 결의 이행 점검 공동 실무팀 자체도 중국을 계속 압박한 데 따른 성과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북한이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후 미국이 안보리 결의 무용론까지 거론하며 무역카드와 군사옵션으로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자 중국이 협력에 나선 것이다.

실무회의에서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 은행과 기관, 구체적인 거래 명세까지 제시하며 이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금수 조치를 내린 품목이 밀수 등을 통해 오가거나, 중국이 관여된 북한의 돈세탁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는 안보리 결의에 포함되지 않은, 북한이 중국에 판매한 서해와 동해 인근의 조업권 문제도 점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실무회의에서 중국이 제재 이행 과정에서 북한이 이를 회피하는 ‘제재 구멍’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했고, 중국이 이 부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전에도 중국의 제재 이행 여부를 분석해 왔다. 위성과 통신, 휴민트까지 총동원했지만 중국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세부적인 중국 자료를 토대로 이행 상황을 함께 점검하면서 실효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 내 북한 기업 폐쇄 결정에 미국 정부는 즉각 공식적으로 중국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북제재 이행에서 중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명백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중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방문 때 북한 핵·미사일 등 많은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며 북한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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