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 건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강상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매미는 8년을 고치에 머물다 여름 한 달 남짓 울고 사라진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준비할 것은 많아지고, 자기 일로 한몫을 해내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상징적인 측면에서 심리적 매미가 늘어나는 셈이다. 매미도 되지 못할까 불안이 상설화된 세상이 되었는데, 그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하던 일에 더 몰두한다. 내 옆의 사람보다 한발 더 앞서가면 안전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번 실패하면 경쟁에서 탈락하고 다시 출발선에 서지 못한다고 여겨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고 중압감이 장난 아니다.
나도 언제나 고민해 온 고민이기도 하다. 의과대학, 전공의 수련, 거기다 박사 학위까지 오랜 시간 공부를 했다. 마치 도박을 하듯이 이 길로만 깊이 파들어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민해지고 주변의 동료들이 경쟁자로만 보였다. 반칙을 해서 넘어뜨리고서라도 앞서가 먼저 성공이라는 깃발을 잡아야 끝나는 게임으로만 보였다. 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지나친 욕망을 내려놓는 것, 속도를 줄이는 것 같은 뻔한 이야기 말고는 없을까?
이런 고민에 길을 열어준 문구가 바로 이 문장이다. 지금까지 해 온 하나의 영역에만 내 모든 역량을 100% 투자하지 마라. 시대가 불확실하니 일과 노력의 영역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듯 여러 개로 나누는 것이 개인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나의 다중적 측면을 인정하고, 여러 측면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실망도 덜 할 수 있고, 실패에 대한 보상도 다른 영역의 성공을 통해 받을 수 있다. 난관을 뚫고 일점돌파를 하는 전력질주보다 삶의 밸런싱과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는 것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세상에서 성공을 떠나 일단 끝까지 생존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전략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