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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누에바 “ML 추종 말고 ‘KBO만의 길’로”

입력 | 2017-09-30 03:00:00

한화 비야누에바 고별인터뷰
“여러 차례 부상-벤치클리어링… 한국에서의 한 시즌 매우 특별해, 야구 존중한 이승엽은 진짜 전설”
의료-훈련 등 구단 운영시스템, 개인 의견 틈틈이 적어 전달도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한화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는 “(30여년의) 짧은 시간 동안 KBO리그가 지금의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미래도 밝아 보인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한화 제공

그는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주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모자를 벗은 채 손을 흔들며 1루 안방 관중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팬들의 환호를 잊지 않겠다는 듯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어 차례 툭툭 두드렸다. 더그아웃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동료, 코칭스태프와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한화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34·사진)는 28일 대전 안방에서 그렇게 국내 고별 경기(상대 KIA)를 펼쳤다.

올 시즌 한화와 비야누에바의 동행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1시즌(2006∼2016년)을 뛰었던 비야누에바는 국내 외국인 선수 중 역대 최고 수준의 이름값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경기에 등판해 5승 7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한화도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불명예를 끊지 못했다.

그럼에도 비야누에바의 야구를 대하는 자세나 경기장 안팎에서의 태도는 ‘빅리그’ 출신답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선발 등판 당일인 28일에도 경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출산을 앞둔 아내를 위해 29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기 전 국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KBO리그에서 보낸 한 시즌은 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야구는 다 똑같다. 오지 않아서 후회할 바엔 도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결정 당시를 회상한 비야누에바는 “한국에서 많은 추억과 경험을 얻고 간다. 굉장히 행복(Super Happy)했다”고 말했다. “한 시즌에 여러 차례 부상을 겪고 벤치클리어링에 크게 개입한 것도 처음이었다. 여러 의미로 특별한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한화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는 “(30여년의) 짧은 시간 동안 KBO리그가 지금의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미래도 밝아 보인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한화 제공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노조 임원을 맡기도 했던 비야누에바는 야구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한국 진출을 고민하는 동료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냐는 질문에 비야누에바는 “한국 진출을 결심했다면 끝까지 구단과의 계약을 존중하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라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퇴를 앞둔 삼성 이승엽에 대한 평가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는 “야구 자체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승엽은 충분히 전설의 대우를 받을 만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왜 모든 야구선수가 그를 롤 모델로 삼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6월 이승엽의 유니폼을 구매해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다.

비야누에바는 돌아가는 길, 구단에 선물도 건넸다. 구단 운영 시스템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틈틈이 적어 기록으로 전달했다. 그는 “의료, 트레이닝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메이저리그를 따라가기보단 KBO리그만의 장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개를 요청하자 “지금은 아니다. 변화란 시간이 걸린다. 언젠가 구단이 결과로 보여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내 입으로 (은퇴를) 말한 적이 없다. 정신적으로 한 시즌을 버틸 수 있을지 가족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야누에바는 빅리그를 꿈꾸는 국내 유망주들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지구 반대편에서 한 시즌을 보내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외쳤던 ‘신념’이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