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틸러슨 “北과 2, 3개 채널 열어두고 대화의사 타진” 美-中 시진핑, 틸러슨에 “지역문제 협력” 북핵 공조 의지 北-러 최선희 “방러 회담 성과 만족” 러 “외교 해법 노력” 트럼프는 엇박자 트윗… “협상 시도는 시간낭비라고 틸러슨에 말했다”
모스크바 간 北최선희… 북한의 대미 외교 사령탑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러시아 외교부 영빈관으로 들어가는 모습. 최 국장은 다음 날 귀국길에 러시아와의 회담 성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NHK 화면 캡처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북한과의 자체 막후 채널을 열어 두고 직접 접촉하고 있음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북-미 간에 말폭탄을 주고받던 치킨게임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제스처로 보인다.
한편 현안에 대해 틸러슨 장관과 종종 이견을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전 7시 반경(현지 시간) “나는 틸러슨 장관에게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해줬다”며 “우리는 해야 할 것을 할 것이니 렉스는 에너지를 아껴라”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모스크바 간 北최선희… 북한의 대미 외교 사령탑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러시아 외교부 영빈관으로 들어가는 모습. 최 국장은 다음 날 귀국길에 러시아와의 회담 성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NHK 화면 캡처
한국 정부가 사실상 빠진 상황에서 북-미, 북-러, 미중 접촉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코리아 패싱’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 전격적인 대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 정부의 공간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북-미 대화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 직후 성명을 내 “북한 정권 붕괴 촉진, 체제 변화 추구, 한반도 통일 가속화, 비무장지대(DMZ) 이북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고 확언해 주고 있지만 북한 당국자들은 그들이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은 진지한 대화에 관한 아무런 관심을 표명해 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도 위협을 이어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적 옵션이 있다”고 최근 밝힌 데 대해 “(그런 옵션은) 애당초 있을 수 없다.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조선 전역이 쑥대밭으로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