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北-美채널 가동에도 갈길 먼 대화
○ 뉴욕, 베이징, 스웨덴대사관이 북-미 채널의 핵심
나머지 두 채널은 사안에 따라 일시 작동되는 이른바 ‘팝업(pop-up·떴다 사라지는)’ 채널이다. 주중 북한대사관(베이징 채널)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채널이다. 이곳을 통해 북한의 반응 수위를 보면 실제로 대북 제재가 어떻게 집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은 북한에 공관이 없는 미국의 이익대표부로 오래 활용되어 왔다. 미국은 북한에서 석방된 후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건강 상태도 스웨덴대사관을 통해 파악했다.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주로 열리는 ‘트랙 1.5’(민간인도 참여하는 탐색적 회담)도 주요 채널로 꼽힌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핵특사 등이 이런 대화의 단골손님이다.
○ 한국 정부 겉으론 “환영”, 속으론 “끙끙”
북-미 간 대화가 진전될 경우 다음 달 3∼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국면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협정과 같은 조잡한 핵협정을 북한과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과의 대화에 성과가 있다면 5년이 걸린 이란 방식 대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속전속결로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대화 기류에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색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기색도 없지 않다. 중국의 중재하에 북-미 간 전격적 대화가 진행되면 당장 한국 정부의 외교적 공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틸러슨 장관은 중국에 대북 경제 압박을 요구했을 것이고 중국은 대북 대화에 열린 자세를 보이라고 미국에 요구했을 것이다.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이에 대한 화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탈리아가 8월 하순 부임한 문정남 북한 대사를 추방하겠다고 1일 밝혔다. 이로써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북한 대사를 추방한 나라는 이탈리아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등 5개국으로 늘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