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이것이 궁금하다/정국 6대 변수]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2명,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국 예측 몇 대 몇’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맞는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 밥상머리 대화에서 정치와 선거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동아일보 청와대팀과 정당팀 기자 12명도 머리를 맞댔다. 청와대와 여의도 정치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6개 주제를 놓고 나름대로 문답(問答)을 해봤다. 매일 여러 정치인을 만나 정리한 ‘취재수첩’을 토대로…. 현장 기자들이 ‘족집게’는 아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차피 정치는 예측불허의 요지경 아니던가. 》
답변이 팽팽하게 맞섰다.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대다수 국회의원 역시 원칙적으로 개헌에 동의하고 있다. 한 기자는 “답변이 갈리는 것은 당위와 현실의 차이”라며 “여당 개헌특위 의원들도 7공화국 출범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국회의 동의, 즉 여야의 합의다.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선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가뜩이나 1여 3야 구도 등으로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이슈까지 더해지면 선거 결과는 야권에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다른 기자는 “국회가 단일안을 내지 못하면 정부가 직접 개헌안을 내겠다고 했지만 야당이 정부안에 동의해줄 리 없지 않느냐”고 했다.
개헌이 가능할 것으로 본 기자들은 ‘국민의 뜻’과 ‘대통령의 의지’에 무게를 뒀다. 또 “여야가 권력구조 개편 등 묵직한 주제를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기본권, 지방분권 등 일부 조항에 대해 우선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과 기본권이나 지방분권 문제는 더 복잡할 것이란 견해가 엇갈렸다.
당분간 고공행진을 할 것 같았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최근 60% 중반대로 하락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65%가 깨지기도 했다. 대다수는 ‘안보위기’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지만 통상 6개월 정도 유지되는 허니문 기간의 종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한 기자는 “문재인 정부 5개월 동안 보여준 것은 칼 휘두르고(적폐 청산), 규제하고(부동산), 퍼준 것(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이 전부다. 문재인 정부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60%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야권의 반응을 전했다.
이에 대해 다른 한 기자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분간 60%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은 야당”이라며 “10% 안팎에 머무르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지지율과 40% 안팎에 이르는 문 대통령 지지층의 충성도를 고려하면 당분간 국정 지지도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보위기 못지않게 야권의 지지율 추이가 문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 대다수가 “누군가는 출마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 중요한 전환점이다. 여권 입장에서는 집권 초반 개혁 드라이브 강공에 나설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적폐 청산 및 사회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승’이 목표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독주를 단숨에 견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출마를 예측한 기자들도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특정 지역의 열세가 눈으로 확인된 순간 ‘차출’의 형식으로라도 등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출마 후보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꼽는 기자가 많았다. 임 실장은 현재 서울시장, 전남도지사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부산시장 출마를 예상하는 기자도 다수였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부산시장 출마,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대구시장 출마를 전망한 기자도 있었다.
기자 2명은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집권 초반 인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진땀을 쏟아낸 문 대통령이 1년도 안 돼 진용을 무너뜨리고 새 인물을 발탁하는 모험을 할 가능성은 낮다”며 “차출론이 나오더라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전망은 ‘통합’이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이 ‘보수우파통합추진위원회’를 띄웠고 추석 연휴 이후에 이들이 다시 만난다. 한 야권 출입기자는 “두 당의 통합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107석의 한국당과 20석의 바른정당이 전면 통합을 해서 127석의 ‘제1당’이 될 것이냐는 물음엔 곳곳에서 “글쎄”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미 ‘자강파’의 대표 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 전당대회(다음 달 13일) 출마를 선언하며 ‘통합파’의 결행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출입기자들은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의 ‘컴백홈’으로 지방선거 전 통합의 움직임은 일단락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 기자는 “단순히 보수 통합이 아니라 바른정당 일부가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중·소폭의 정계 개편’이 동반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기자 2명은 “바른정당이 수구 이미지를 청산했는데 지방선거 승리만을 위해 한국당에 흡수·통합될 리 없다”며 “친박(친박근혜)계의 ‘뒤끝’이 통합의 큰 흐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말 그대로 양날의 칼이다. 성공하면 안 대표는 다시 한 번 대선주자로서의 기반을 단단히 다질 수 있고 국민의당 역시 3당의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다. 반면 실패하면 말 그대로 낭떠러지다. 가뜩이나 호남 세력과 안 대표 세력의 갈등 속에서 당 대표가 자신의 욕심만 앞세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내년 서울시장선거는 정부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들로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선거인 만큼 총력전이 예상된다. 한 기자는 “아직은 유력 후보가 없지만 자유한국당 역시 후보를 낼 수밖에 없다”며 “1여 3야 구도에서 승리가 쉽지 않은 형국이기 때문에 안 대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출마를 예상하는 기자들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외에는 다른 활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장 재임을 통해 ‘성과’와 ‘실적’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차기 대선 후보 안철수로서의 존재감을 되찾을 기회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들은 “안 대표가 대선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선 서울시장 도전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는 지난 대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제는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1월 대선을 앞두고 동아일보 정당팀은 7 대 4로 황 전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를 예견했다. 이번에도 12명 중 8명이 서울시장선거 불출마를 예상했다.
황 전 권한대행에게 드리워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와 취약한 당내 지지 기반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한 기자는 “보수 진영에서 적극적 구애가 있을 것이지만 황 전 권한대행은 똑똑한 사람이다. 지는 게임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황 전 권한대행은 페이스북 등에서 거침없는 보수 일성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여의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측근의 전언도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에 개인사무실도 냈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비롯해 국회의원선거 등 선거에 임박해 당선 가능성에 따라 다른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길진균 leon@donga.com·송찬욱·박성진 기자·정당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