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인에게 “스페인 사람이냐”고 묻는 건 스코틀랜드인에게 “영국인이냐”고 하는 질문만큼 실례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주류인 카스티야인과 민족도 말도 문화도 다르다. 15세기 병합된 뒤에도 줄곧 고유성을 지켜왔다. 1640년과 1705년, 두 번의 독립전쟁을 벌였다 실패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때는 독재자 프랑코 총통에 맞섰으나 또다시 패배의 아픔을 겪었다. 명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숙적으로 여기는 것도 이런 역사에 기인한다. ‘레알’은 ‘왕립’의 의미로, 레알 마드리드의 엠블럼에는 스페인 왕국의 왕관이 담겨 있다.
▷1일 FC 바르셀로나와 라스팔마스의 경기가 관중 없이 열렸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와 겹친 홈경기 일정을 변경해 달라는 여러 차례의 요청이 거절당하자 구단 측이 항의의 표시로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았다. 라스팔마스 팀은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뜻에서 유니폼에 국기를 달고 뛰었다. 결과는 바르셀로나의 3 대 0 완승. 같은 시각 중앙정부는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해 투표소 봉쇄를 시도하고 주민 해산을 위해 고무탄까지 발사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자치정부 측은 ‘잠정집계 결과 90%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며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독립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