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취임 6개월째인 현재도 7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살금살금 지지율도 하락 중이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만을 탓할 수는 없다. 최근 가중된 북한의 위협은 지난 보수정권이 ‘김정은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보수 정권이 ‘김칫국’을 마셨다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은 2012년 정권을 잡았다. MB 정부 마지막 해였다. 20대 후반의 앳된 그는 지지 기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쿠데타가 난다거나,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들이 돌았다.
그 와중에 낙관론도 고개를 들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말 송년회에서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2014년 벽두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역설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통일 펀드’를 판매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아련한 옛날 얘기가 아니다. 고작 3년 9개월 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북한에 8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결정을 내리며 의아한 행보를 이어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며칠 뒤 관련 소식이 전해져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한 정부 당국자는 최근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일주일, 한 달 기다리면 좋은 타이밍이 오겠나. ‘왜 하필 지금이냐’는 비판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어떤 조그만 끈이라도, 돌파구라도 마련해 보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이런 설명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북이 민간 교류와 대북 지원을 받아들여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정부가 민간교류나 인도적 지원 같은 문제를 두고 골몰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정부는 이제라도 ‘김정은 북한’을 재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말처럼 김정은의 ‘전략적 목표’를 읽는 데 집중하면서 대북 특사를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양자 대화 검토에 나서야 한다. 미국에는 다자 대화의 필요성을 물고 늘어져 관련 회담의 한쪽 모퉁이에라도 앉으려고 치열하게 나서야 할 때다. 정권마다 널뛰는 김정은에 대한 오판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