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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황인찬]정권마다 널뛰는 김정은에 대한 오판

입력 | 2017-10-03 03:00:00


황인찬 정치부 기자

북한 4대 명절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정권 수립일, 그리고 노동당 창건일이다. 추석은 상대적으로 조촐하다. 하루만 쉬며, 간단히 차례만 지낸다. 추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북한이 10일 당 창건일을 앞두고 도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 취임 6개월째인 현재도 7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살금살금 지지율도 하락 중이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만을 탓할 수는 없다. 최근 가중된 북한의 위협은 지난 보수정권이 ‘김정은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계시라도 받은 건지, (MB 정권 때는) 대북 정책들이 2020년이나 2025년 통일이 된다는 가정 아래 준비가 됐다. 우리가 북에 가서 뭐를 할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정권을 잡은 김정은에 대한 대비보다는 통일 준비에 집중됐다.”

한마디로 보수 정권이 ‘김칫국’을 마셨다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은 2012년 정권을 잡았다. MB 정부 마지막 해였다. 20대 후반의 앳된 그는 지지 기반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쿠데타가 난다거나,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들이 돌았다.

그 와중에 낙관론도 고개를 들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말 송년회에서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2014년 벽두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역설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통일 펀드’를 판매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아련한 옛날 얘기가 아니다. 고작 3년 9개월 전 상황이다.

이런 낙관론은 정반대의 모습으로 문재인 정부로 이어졌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권만 교체되면 북이 화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베를린선언에 이어 군사회담,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은 철저히 무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북한에 8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결정을 내리며 의아한 행보를 이어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며칠 뒤 관련 소식이 전해져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한 정부 당국자는 최근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일주일, 한 달 기다리면 좋은 타이밍이 오겠나. ‘왜 하필 지금이냐’는 비판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어떤 조그만 끈이라도, 돌파구라도 마련해 보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이런 설명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북이 민간 교류와 대북 지원을 받아들여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정부가 민간교류나 인도적 지원 같은 문제를 두고 골몰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정부는 이제라도 ‘김정은 북한’을 재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말처럼 김정은의 ‘전략적 목표’를 읽는 데 집중하면서 대북 특사를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양자 대화 검토에 나서야 한다. 미국에는 다자 대화의 필요성을 물고 늘어져 관련 회담의 한쪽 모퉁이에라도 앉으려고 치열하게 나서야 할 때다. 정권마다 널뛰는 김정은에 대한 오판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황인찬 정치부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