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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추석선물로 간 기증한 효녀 목영숙

입력 | 2017-10-03 03:00:00

“간암으로 아버지처럼 보낼순 없어”… 30대 주부, 재검사 요청해 이식




간암에 걸린 어머니 이덕분 씨(오른쪽)에게 2일 간을 기증한 목영숙 씨. 7년 전 간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목 씨는 “다시는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겠다”며 이씨의 만류에도 간 기증을 결심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어머니는 아버지처럼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추석 연휴를 맞아 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한 ‘효녀’의 사연이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주부 목영숙 씨(36)는 2일 이 병원에서 간암 투병 중인 어머니 이덕분 씨(63)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하는 수술을 받았다. 30대에 B형 간염에 걸린 이 씨는 간암으로 진행돼 2015년 간 절제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간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 이 씨는 두 딸과 아들에게 이 사실을 숨겼지만 곧 가족 모두 알게 됐다. 자녀들은 어머니 몰래 전부 기증자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장녀와 막내인 목 씨는 간이 작다는 이유로, 아들은 어머니와 같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뇌사자의 기증은 오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국내 이식 대기자는 3만286명이었지만 실제 이식 수술은 4658건(15.4%)에 불과했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뇌사 기증자(2015년 기준)는 10명으로 미국(28.5명) 이탈리아(22.5명) 등보다 훨씬 적다.

결국 목 씨는 의료진을 찾아가 다시 한번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진은 고심 끝에 재검사를 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7년 전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실 때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간 기증을) 전혀 고민하지 않았어요.”

이 씨처럼 B형 간염 보균자였던 목 씨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10년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목 씨는 “그때 아버지께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이 씨는 “딸과 사위, 손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잘 회복해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녀는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문덕복 교수팀이 집도하는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가며 두 손을 꼭 잡았다.

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