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름달에게’에서 세월로 인해 둥글어진 마음을 보름달에 빗댄 이해인 수녀. 동아일보DB
‘각이 진 내가
당신을 닮으려고 노력한
세월의 선물로
나도 이제
보름달이 되었네요
사람들이 모두 다
보름달로 보이는
이 눈부신 기적을
당신께 바칠게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마른 매무새가 날카롭다 싶었는데 몸이 점점 불어난다. 어느새 둥그렇게 떴다.
언제나 같은 모양인 해와 달리 달은 날마다 조금씩 모양이 변한다. 마르면 마른대로, 반쪽이면 반쪽인 대로, 둥글면 둥근 대로 아름답다.
이해인 수녀는 그 둥근 보름달을 둥글게 만져진 마음에 빗댄다. 한때는 각이 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서리가 닳은 마음이다.
이렇게 마음이 보름달처럼 둥글둥글해지니 사람들이 다 보름달로 보인다. 너도 나도 둥근 모양이니 부딪칠 일이 뭐가 있으랴. 이 ‘기적’이 어디서 왔는가 하면, ‘당신’ 때문이다. ‘당신이 있어/ 추운 날도 따뜻했고 (…) 슬픔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마음이 둥글어지니 이런 기적이 생긴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기적이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