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총선 불출마 거듭 밝히지만 당내 내세울만한 총리 후보 안보여 자민당 의석 크게 줄면 대연립 통해 이시바-야마구치 옹립 관측도
일본에서 제1당 이외에서 총리가 선출된 경우는 세 번 있었다. 1993년 8월 제1당인 자민당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자 비자민 세력이 연대해 제5당이던 일본신당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가 취임했다. 고이케 지사는 당시 일본 신당 의원으로서 이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그 뒤 2개월 만에 물러난 신생당의 하타 쓰토무(羽田孜) 총리를 거쳐 1994년 6월에는 제1당이던 자민당이 제2당인 사회당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위원장에게 표를 던져 총리로 옹립했다. 일본 정계가 유동적으로 움직인 경우다.
일본 헌법은 총리를 국회의원 중에서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공시일인 10일 전에 출마 등록을 해 당선되지 않는다면 총리가 될 길은 없다. 그렇다고 희망의 당 내에서 고이케 지사 외에 이렇다 할 총리 후보도 안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정가에서는 총선에서 자민당 의석이 크게 줄 경우 고이케 지사가 대연립 등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총리 후보로 옹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8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8개 당 당수 토론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 옹립설에 대해 질문을 받자 “선거 결과를 본 뒤 판단할 문제”라며 적극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고이케 지사는 지난달 25일 TV 방송에서 총리 지명 선거 대응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를 언급한 바 있다. 이 경우 자민 공명 연립구도를 깰 수도 있는 구상이 된다.
고이케 지사는 ‘킹메이커’가 될 것인가. 일본 정가에서는 그가 누구를 총리로 밀 것인가에 대해 선거 중에는 끝까지 함구하다가 선거 후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계산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다만 희망의 당 출마 예정자들은 “당이 누구를 총리로 지명하는가는 기본 중 기본인데, 유권자에게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