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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마흔 넘은 아재들의 전성기 연장 프로젝트

입력 | 2017-10-09 03:00:00

‘The TB12 Method’




‘홈런왕’의 은퇴 경기는 9회말 2사 만루의 역전 홈런처럼 짜릿했다. 이승엽 선수(41·삼성 라이온즈)는 은퇴 경기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려 팬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극성팬들은 “몇 년은 더 뛰어도 되는 것 아니냐”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그는 ‘(팬들이)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이승엽 선수나 겹쌍둥이 아빠로 마흔이 다 돼서도 골 폭죽을 터뜨리며 국가대표에까지 발탁된 프로축구 선수 이동국(38·전북 현대)처럼 당당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아재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 근력과 체력이 떨어져 몸 따로, 마음 따로 놀기 시작하는 아재들이 젊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려면 철저한 자기 관리는 기본이다.

미국에서는 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40)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불혹의 아재 스타다. 그는 NFL 역사상 슈퍼볼을 한 팀에서 다섯 번 우승한 유일한 선수다. 일반 선수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든 슈퍼볼 MVP를 네 번이나 거머쥐고 리그 MVP도 두 번이나 차지했다.

그는 브라질 출신의 슈퍼 모델 지젤 번천과 결혼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엽 선수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것처럼 그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야구 선수로 활동한 이색 경력이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야구 실력이 뛰어났지만 대학에 진학해 미식축구 선수로 전향했다. 2000년 6라운드 지명에서 간신히 NFL에 합류한 ‘슬로 스타터’였지만 NFL 역사를 새로 쓰는 대스타로 성장했다.

브래디가 이승엽이나 이동국 선수와 다른 건 자신만의 전성기 연장 비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자기 관리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웹사이트인 ‘TB12스포츠닷컴(TB12sports.com)’을 열어 운동 방법, 부상 극복법, 식이요법 등을 소개했다. 사업 수완도 뛰어나 유기농 채식 스낵 제품 등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영리재단인 TB12파운데이션을 설립해 부상을 당한 불우한 젊은 선수들의 재활을 돕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9일엔 ‘전성기 관리 프로젝트’ 비법을 집대성한 책 ‘The TB12 Method: How to Achieve a Lifetime of Sustained Peak Performance’를 펴냈다. 운동법, 식이요법, 자기 관리 요령 등이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그대로 따라 하면 될 정도로 쉽게 쓰여 새로운 유형의 자기계발서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고 높은 인지도를 이용해 적당히 쓴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오래 사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된 ‘100세 시대’에 미국이든 한국이든 전성기를 최대한 연장하고 싶은 아재들의 욕망은 같을 수밖에 없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