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전원회의]黨창건일 사흘 앞두고 ‘김정은 黨’ 구축
○ 김여정의 파격 발탁과 최룡해의 ‘2인자’ 굳히기
이날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의 고속 승진과 최룡해의 약진이었다.
김여정은 2014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된 뒤 지난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1년여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이는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만 42세에 당 중앙위원에 오른 뒤 당 경공업부장 등을 거쳐 20여년 후인 66세(2012년) 때 정치국 위원이 된 것에 비해 무척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룡해는 이날 당중앙군사위원에 재선출되고 당 중앙위 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기존의 6개 보직에 더해 총 8개의 감투를 쓰게 됐다. 최고 수뇌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정의 주요 보직을 두루 꿰찬 북한의 2인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당 엘리트 출신인 최룡해의 역할이 군으로까지 넓혀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박사는 “최룡해에게 군부 권한을 준다고 해서 핵개발이라는 북한의 근본적인 목표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군사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 대결 국면을 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핵미사일 개발 실세들 대거 발탁
김정은의 핵미사일 개발을 도운 핵심 실세들도 이번 인사에서 중용됐다. 핵 개발 실세인 홍영칠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 중앙위 위원으로 부상했다. 또 다른 미사일 개발 주역인 류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이날 인사는 집권 6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대교체에 나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 당 중앙위 7기 1차 전원회의가 주요 인사의 승진 발탁이 핵심이었다면 이번엔 권력 엘리트의 사실상 전면 교체를 시도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이동하거나 물러난 사람들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선대 정권에서부터 활동했던 아흔에 가까운 김기남 최태복 등 고령의 당 부위원장들이 명예직으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김정은이 아버지가 붙여 준 호위무사들이 제 임무를 다했다고 보고, 자기 사람을 전면에 포진하기 위한 정치적 세리머니를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김정일 시대와는 결별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또 다른 고난의 행군 택한 듯
김정은의 병진노선 재천명과 인사 단행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 등 현 상황을 나름대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 내각 부총리를 지낸 태종수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책임비서, 안정수 당 중앙위 부장의 정치국 위원 승진 등 그간 소외돼 왔던 외교 경제 분야의 인사를 통해 대외 고립을 어떤 식으로든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봉 박사는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이 고통스러워 협상에 나오게 하는 것인데 일단 북한은 협상 대신 고난의 행군을 선택한 것”이라며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은 안보와 생존을 보장해주는 수단일 뿐 아니라 훗날 최강의 협상용 칩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