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자기 보호의 본능을 포기할 만큼 인간에게 있어서 살상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큰 탓이다. 대한민국이 황금연휴를 즐기는 사이, 나라 밖에서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무참히 짓밟은 범죄 소식이 연거푸 전해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은퇴한 60대 회계사 스티븐 패덕이 콘서트장에 모인 수많은 관중을 향해 무차별 총기 난사를 벌여 59명이 숨졌다. 지구촌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미 역사상 최악의 총격범은 부유한 은퇴자에 별다른 범죄 기록도 없었다. 그의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
▷유럽에서는 덴마크 백만장자이자 발명가 페테르 마센을 취재하러 갔던 스웨덴 여기자가 실종 열흘 만에 머리 없는 시신으로 발견됐다. 마센이 자신이 만든 잠수함에서 기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버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의 컴퓨터에는 여성들이 고문 살인당하는 영상들이 담겨 있었다. 유명 인사의 엽기 살인이란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비정한 살인파티를 자행한 패덕이나 마센이나 경제적으로 풍족했고 배울 만큼 배운 지식인이란 점에서 더욱 등골이 오싹해진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