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분양부터 바뀐 청약제도 적용
○ 서울 분양 아파트 100% 가점제 적용
바뀐 청약제도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가점제 적용의 확대. 이달 분양하는 단지들을 시작으로 서울 모든 지역과 경기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세종, 대구 수성구 등 전국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85m²(전용면적 기준)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모두 가점제를 적용해야 한다.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도 중소형 아파트 가운데 75%는 가점제 적용 대상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모두 5442채. 이 중 가점제 적용을 받는 85m²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5028채로 전체 물량의 92%가 넘는다. 이 가운데 이달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래미안 DMC 루센티아’가 첫 번째 100% 가점제 적용 대상 아파트다.
이에 따라 자녀가 없거나 무주택 기간이 짧아 가점제에 불리한 사회 초년생이나 2030세대 신혼부부의 당첨이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의 85m² 이하 중소형 당첨자의 평균 가점은 70점을 넘겼다. 59m²의 경우 평균 가점이 77점으로 더 높았다. 이는 가족 6명을 부양하면서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15년 넘긴 만 45세 가장이 15년 동안 내 집 없이 살아야 쌓을 수 있는 점수다.
○ ‘청약 바리케이드’ 피해 빌라와 오피스텔로
청약 제도에서 소외된 신혼부부의 불만이 커지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늘리고 전국 곳곳에 ‘신혼희망타운’ 공급량을 7만 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혼부부들의 최대 불만인 소득기준은 손대지 않고 있다. 현재는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이거나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이하 가구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 결혼해 경기 안산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33)는 지난달부터 청약을 넣는 대신 주말이면 서울 노량진 등의 빌라 매물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는 “새로운 청약제도는 사실상 자녀 없는 신혼부부들은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내모는 셈”이라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서울 도심 빌라에 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결혼해 여의도 주거형 오피스텔에 신혼집을 차린 직장인 오모 씨(28·여)도 “새 아파트 당첨은 어렵고 기존 아파트는 제값 주고 사기엔 너무 낡아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갑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센터 수석전문위원은 “빌라는 자산으로서 미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서울 도심 아파트가 워낙 비싼 데다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청약제도까지 막히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약 시장에서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을 보다 세분화해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등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