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미모의 여성 멤버 전원이 어깨를 드러내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율동과 함께 팝음악을 연주해 신선한 충격을 안긴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시대’의 문화 표상이었다. 해외유학을 경험한 젊은 지도자의 개혁 가능성에 대한 기대까지 나왔다. 하지만 서구문물의 외피를 입은 “당 사상전선의 제1나팔수”임이 금세 드러났다. 2015년 12월 베이징 공연을 앞두고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무대 배경에 등장하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장면을 교체하라는 중국 측 요구를 거절하고 돌아간 것도 악단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우리 공연은 원수님(김정은)께서 직접 보아주신 작품이기 때문에 점 하나, 토(씨) 하나 뺄 수 없다”는 게 현송월의 말이었다.
▷보천보전자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 가수였던 현송월은 김정은의 옛 연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이 리설주와 결혼하며 현송월과 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2013년 8월 말 리설주의 학창 시절 사진을 돌려보며 비방했다는 이유로 은하수관현악단 등 9명이 처형되는 과정에서 현송월이 모종의 역할을 했거나 현송월 자신도 총살됐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