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준수가 내년부터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7개의 원칙과 세부지침으로 구성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자가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다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가이드다. 일본의 경우 최대 규모의 투자기관인 국민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유도해 장장 20여 년간 멈춰 섰던 증시를 다시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 영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고안된 배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이다. 당시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대상 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결과 기업의 과도한 단기 성과주의를 통제하고 주주들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방만한 기업 경영을 감독하도록 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단기 실적에 집중하는 성과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한 문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대상 회사의 장기적 가치와 미래까지 관심을 두고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투자하는 입장에선 위험도가 다른 다양한 투자사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분산하고 있으므로 각각의 투자회사를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기관투자가의 안정적 투자 및 후원은 기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들의 투자를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로 유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비록 연성 규범이지만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특혜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의 안정적 투자와 적극적인 시장 참여는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 인프라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력이 발휘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의 장기적 투자가 보다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이도록 시장 환경을 바꿔야 한다. 또한 이들이 추가로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에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투자자들은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면 언제든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기 때문이다.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