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채널A ‘하트시그널’ 속 낙산공원 & 시인의 언덕
‘하트시그널’ 출연자 장천과 서지혜가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데이트하고 있다(위쪽 사진). 하지만 장천은 서지혜가 아닌 배윤경이 기다리는 시인의 언덕으로 힘차게 뛰어 올라갔다(아래쪽 사진). 채널A 제공
○ 그의 ‘빗나간’ 로망
“저 여기서 데이트 하는 게 로망이었어요.”
조선 성종 때 예조판서를 지낸 성현이 문집 ‘용재총화(용齋叢話)’에서 이곳을 삼청 인왕 백운 청학과 더불어 한양도성 5대 명승지로 꼽았을 정도로 경치가 훌륭하다.
정상으로 향하다 보면 어울리지 않는 도로가 놓여있다. 1969년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이곳에 세운 낙산시민아파트 때문에 닦은 도로다. 서울시는 1998년 낙산아파트를 철거하고 근린공원을 만들었지만 근대화의 생채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시간에 따라 탁 트인 서울 전경이나 붉은 노을, 황홀한 야경을 볼 수 있다. 효종이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갈 때 김치를 담가 준 궁녀 홍덕에게 하사했다는 ‘홍덕이 밭’ 같은 역사의 자취도 있다. 이화동 벽화마을과 자연스레 연결되고 대학로와 동대문 등에서 걸어가기도 수월하다. 덕분에 연인들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비록 낙산공원 데이트가 로망이라던 서지혜의 마음은 장천에게 닿지 못했지만.
○ 돌계단을 뛰어오르는 사랑
시청자들이 사실상 ‘남주(남자 주인공)와 여주(여자 주인공)’라고 평가한 장천과 배윤경(24·여)이 최종화에서 커플로 맺어지는 곳은 시인의 언덕이다. 그전까지 서주원(23)을 향하던 시그널과 달리 배윤경이 장천을 선택하는 파격 반전의 무대다. 서촌에 있는 소설가 김송 집에서 하숙하던 윤동주는 종종 효자동길을 따라 인왕산에 올랐다. 시인의 언덕은 그 자락에 있다. 종로구가 2009년 7월 윤동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했다. 윤동주를 기리는 언덕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과 ‘서시’를 새긴 시비가 서 있고 2010년 개관한 윤동주문학관도 자리 잡고 있다.
시인의 언덕에 올라서도 서울 풍경이 한가슴에 와 닿는다. 윤동주가 봤던, 식민지 경성과는 다른 도시의 모습이다. 창의문 맞은편 계단길로 올라가면 된다. 시종일관 침착하던 장천은 배윤경의 선택을 받고 ‘시인의 언덕으로 가는 길’이라고 적힌 이 돌계단을 들뜬 표정으로 뛰어오른다. 많은 시청자가 하트시그널의 백미로 꼽은 장면이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